[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세 번째는 1991년 결성해 1992년 데모 이후 1995년 정식 레이블로 데뷔한 폴란드 블랙·데스밴드 '비히모스(Behemoth)'의 'Live from Maida Vale'.
바쁜 척하면서 통 신경을 안 쓰고 있다가 불현듯 감성 유혹으로 끌리듯 다시 들어간 블랙의 세계.
7집쯤부터 사운드의 변화를 나타낸 비히모스는 10집까지 강성에서 벗어나 유려함을 뽐내다가 2014년 10집 The Satanist, 2018년 11집 I Loved You at Your Darkest에서 다시 기존의 헤비함과 근래의 세련미 융합.
보컬 Nergal이 11집 앨범 제목에 대해 말하길 "성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말은 예수가 한 말을 인용한 건데 비히모스가 타이틀로 삼은 것은 극도의 신성모독이나 마찬가지다."
이 라이브 앨범이 나온지 엿새 지났네요. 비히모스가 지난 10일 영국 런던 서부 패딩턴과 인접한 마이다 베일에서 라이브 공연을 했습니다. 이곳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있는데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한 라이브입니다. 지난 2018년 발매된 11집 I Loved You at Your Darkest에 수록된 곳들이네요. 현장녹음기술이 워낙 좋아진 건지 네 곡뿐인 라이브 앨범만 들어도 명반 분위기가 물씬. 당분간 제 플레이리스트 탑티어 그룹에 두려고 합니다.
첫 번째 Wolves ov Siberia는 늑대가 거칠면서도 습한 산을 뛰다 걷다 하는 광경이 연상됩니다. 늑대를 피해 도망치던 여인은 결국 야수의 먹이가 돼 달이 중천에 걸린 하늘을 보며 마지막 숨을 내쉽니다. 이 곡에선 Nergal의 보컬이 초기 앨범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드럼과 기타가 제대로 끊어집니다. 드러머인 Inferno가 기분 좋게 페달을 밟을 것만 같습니다.
두 번째 곡 God=Dog은 제목처럼 개와 신을 동일선상에 놓고 터뜨리는 직설적인 메시지가 곧장 들어옵니다. 11집 전체를 관통하는 사운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는 청자들만 알 수 있을 겁니다. 크리스천 메탈의 대표주자 스트라이퍼(stryper)가 'in God we trust'를 외쳤다면 비히모스는 'in dog we trust'를 내지릅니다. 껍질이 참혹하게 벗겨진 신을 기형적인 모습으로 추종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심지어 진짜 들립니다)의 곡입니다.
세 번째 곡으로 들어간 Ecclesia Diabolica Catholica는 팝페라 형식의 멜로딕 데스 같습니다. 악의 근원에 접근하는 비히모스의 진지한 성찰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요? 이것도 일단 한 번 들어보셔야 합니다. 부드러운 접촉으로 죽음을 건드린다? 작심하고 가볍게 만든 무거운 곡입니다. 오피셜 뮤직비디오도 권합니다. 좀 강한 영상이니 주의해서 클릭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곡 Bartzabel. 밤의 성가처럼 정제된 어둠을 보여줍니다. 단호하면서도 매끈하게 흐르는 곡을 듣다 보면 러닝타임 5분이 50초처럼 짧기만 합니다. Bartzabel은 화성(Mars)의 정기를 가진 늙고 위험한 악마인데 제목의 의미는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곡을 듣고 잠시 있으면 궁금증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역시 오피셜 뮤직비디오도 서정미가 넘치니 기회 되면 보시길 바랍니다.(이 라이브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다 있…) 시끄러운 음악 좀 듣는 사람들은 비히모스의 진가를 깨우치려면 몇 번 우리듯 들어야 한다고도 얘기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앨범은 한 번만 들어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1. Wolves ov Siberia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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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디코 정금철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