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택시 불법 촬영도 멈출 수밖에 없는 기백

2021.07.20 15:43:46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법률 공포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내년 1월부터 불법 촬영 범죄자는 최대 20년간 택시 운전 자격을 취득할 수 없고, 이미 택시기사가 됐더라도 자격이 취소됩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돼도 택시나 버스 운전을 못하게 할 수 있고요.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무자격 운전자에게 자동차를 대여하는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근거를 마련한 것은 물론 독과점 방지를 위해 차량별로 타 플랫폼 사업자와 계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 택시 탑승객들이 도둑촬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요? 승객도 승객이지만 보호벽을 위시한 택시기사 보호책도 속히 법제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택시 운행 중에 운전기사를 폭행해 경찰에 신고된 사건이 1만3000건으로 하루 평균 7건 이상에 이른다고 하네요. 상황이 이렇지만 서울시와 경기도가 몇 해 전 보호벽 설치사업을 추진했을 당시엔 비용 부담 문제로 중단된 바 있고요.

 

그렇지만 일단 보호벽을 설치한 택시기사들의 만족도는 높다고 하니 지원금을 상향하거나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특히 오밤중에도 취객을 태워야 하는 여성 택시기사들은 보호벽 설치를 더 원할 수밖에 없겠죠. 이슈가 생긴 김에 국내 최초 여성 택시기사를 알아봤습니다. 최초의 기록이 그나마 문서로 기록돼있네요.

 

1926년 8월 일제 탄압에 가로막혀 폐간당한 개벽의 뒤를 이어 같은 해 11월1일 창간해 1934년 8월 통권 74호로 종간된 순수 대중잡지 별건곤(別乾坤, 이 세상 밖의 다른 세상이라는 의미)의 1930년 6월호를 보면 '직업 부인 순례'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고 합니다.

 

타이틀 그대로 직업으로 돈벌이를 하는 여성들의 생활을 들은 그대로 인용한 이 글은 약제사, 양복점 사장, 군청 직원, 공장기사, 은행원과 함께 택시기사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여성 택시기사인 이정옥(李貞玉) 씨는 경기도 오산 보통학교(現 초등학교)에서 1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출산 시 아이를 받고 산모를 돕는 산파업으로 직업을 바꿔 2년간 종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종사자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입이 줄어든 와중에 여성 직업 운전기사에 대한 가치를 느껴 1928년에 동양자동차 교습소를 찾아가 3개월간 운전을 배웠다고 하네요. 

 

업체의 특별대우가 싫어 일부러 남자들과 같이 야외로 실습을 나가 차를 익히면서 결국 택시기사가 됐는데 역시나 겪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많았고요. 호기심에 타는 승객들도 있었지만 희롱이 목적인 인격 파탄자들이 이 씨를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피곤해도 핸들 하나에 승객의 생명이 달렸다는 생각으로 운전을 하다 보니 핸들만 잡으면 정신이 바짝 돌아온다는 내용도 있고요. 운전경력 10년간 한 건의 사고도 내지 않아 총독 표창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이때 택시는 모두 외제차였고 부호의 자제들이나 기생들이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택시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금은 한 시간당 4원이었답니다. 당시 쌀 한 가마 가격이고요. 자정을 넘겨 취객이 늘면 수입 역시 더 늘었는데 택시 한 대당 수입은 한 달 평균 600원 정도였다고 하네요. 

 

사업가적 행보도 보입니다. 이 씨는 집을 담보 삼아 6000원 가격의 크라이슬러 두 대를 할부로 사들여 택시 영업을 시작한 후 장거리 운행을 해 수개월 만에 완납했다고 합니다. 이 다음 동양택시라는 업체를 인수해 10대의 차량을 운행할 당시에도 현역 운전사로 도로를 달렸다니 여러모로 기백이 있는 분이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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