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사이] '크크크…' 유사 흑염룡이 날뛰게 된 친목질의 폐해

2023.12.24 16:28:33

 

가입한 것도 잊었던 국내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이달 초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얻을 정보가 있어 가입했던 곳인데 연말 친목회를 한다는 소식을 전하더라고요.

 

어쩌다 한 번 이런 모임에 나가서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술도 한잔하면 세파에 시달리던 제게 '어쩌면 힐링'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하늘에서 내려준 '천상 집돌이'인지라 선뜻 내키지는 않네요. 이런저런 모임도 막상 참여하면 제 몫(?)의 활동은 하고 오는데 집을 나서기까지 무슨 갈등이 그리도 많을까요.

 

오늘 '짜사이'에서는 모임(?)과 관련한 얘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예수가 태어났다고 하는 날의 하루 전날인 12월24일, 1865년 이날에 영 잘못된 것이 태어나버렸습니다. 

 

미국도서관협회 시상식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아동 문학가이자 역사학자인 수전 캠벨 바톨레티(Susan Campbell Bartoletti)의 저서 ‘하얀 폭력 검은 저항’을 보면 이 모임의 이름에는 최초 회원들이 느낀 것처럼 주술적 의미와 행동이 담긴 둔탁한 충격음을 넣었습니다.

 

이 모임은 백인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인종과 반(反)유대·반가톨릭주의를 내세우며 테러도 서슴지 않는 미국의 극우단체 'KKK'입니다. KKK의 어원은 원이나 집단(circle)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클로스(κύκλος-kyklos-kuklos : Ku Klux)와 집단(clan)의 합성어로 총소리 등이 연상되는 의성어의 어감을 노렸다고 하네요. 

 

KKK는 미국 테네시 주 소재의 작은 도시 펄래스키에서 노예상인 출신 장군이자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최고의 기병대장으로 이름을 날린 '안장의 마법사' 네이선 베드퍼드 포레스트(Nathan Bedford Forrest)를 포함한 여섯 군인들이 태동을 도모했습니다. 남북전쟁 승자인 공화당의 군정에 불만을 품은 남부군 참전용사들이 뭉친 거죠. 여기서 조직이 점차 견고한 모습을 갖추게 되자 베드퍼드 포레스트가 초대회장 자리에 올랐고요.

 

어이없게도 KKK단은 처음 창설 시 친목도모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단체의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지역 정치인, 언론인, 교사, 목사 등 고등교육을 받은 나름의 사회 지도층들이 합세해 남부 재건을 기치로 내걸면서 점차 지금의 악명을 갖게 되는 KKK의 역사가 시작됐고요.

 

계층 변화를 두려워한 남부 백인 지도층은 언젠가 흑인이 백인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단체를 알렸는데 믿기지 않게도 이 전략이 들어맞으며 회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고 합니다.

 

모임 초기에는 친목도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남부인의 화합 등을 외치는 건전한 시위 활동만을 전개했으나 어느 모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회원 일부의 친목 행위, 이른바 '친목질'이 서서히 시작되면서 단체 성격의 분열 조짐이 나타났답니다. 여기엔 포레스트가 순수 미국인이 아닌 영국계 미국인이라 시비를 거는 회원들까지 있었고요.

 

사실 이런 유치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답게 간부 직책명도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영문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회장 격인 '그랜드 위자드'(grand wizard)부터 '그랜드 드래곤'(grand dragons) '그랜드 타이탄'(grand titans) '그랜드 사이클롭스'(grand cyclopses) 등의 수직적 장(長)급 아래에는 행동대원인 '클랜맨'(Klansman)이 자리합니다.

 

포레스트는 이들의 거친 행보를 보다 못해 탈퇴 및 단체 해산을 바랐지만 그의 사회적 평판에 기대 온갖 문제를 일으키던 회원들이 강하게 만류했습니다. 이들의 만행에 더욱 단결하게 된 북부의 기세를 눈치 챈 포레스트가 결국 일방적으로 KKK의 해산을 선언하자 회원들은 그를 제명조치하고 활동을 이어갔고요.

 

이후 포레스트는 흑인 참정권이나 인권 지지 연설을 하는 등의 흑인 인권운동에 합류하며 KKK의 이념과 맞서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장례식에는  수만 명의 남부인들과 흑인들이 찾아와 애도했다고 하네요.

 

KKK는 1870년 제정된 연방법에 의해 단체해산 절차를 밟았으나 음지로 숨어들어 더욱 끔찍한 일들을 벌이며 해체와 부활을 거듭하게 됩니다. 세력도 역시 명암이 교차하는 상황으로 재작년 언젠가는 1920년대 500만 명까지 급증했던 KKK단 가입자 수가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외신보도를 접한 기억도 나고요. 

 

단체의 게임처럼 흑인들을 집단폭행한 후 나무에 목매달던 행위를 지속하던 중 1930년, 상업 사진작가 로렌스 베이틀러(Lawrence Beitler)가 인디애나 주에서 이 끔찍한 광경을 촬영하고 이를 본 시인 겸 작곡가 아벨 미로폴(Abel Meeropol)이 노래로 만든 일화는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는 등 무척 유명합니다.

 

아벨 미로폴이 루이스 앨런(Lewis Allan)이라는 필명으로 만든 노래의 제목은 '남부의 나무는 이상한 열매를 맺는다'는 내용의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이고요. 

 

또 따지고 보면 지독한 블랙코미디영화인 톰 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베드퍼드 포레스트로부터 주인공 이름을 차용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3년 전 세상을 떠난 저자 윈스톤 그룸의 입을 통해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KKK의 창단 멤버와 이름이 같은 만큼 관련한 비난은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가끔 나온다고 하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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