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심심할 때 하는 블록놀이기구의 브릭(Brick)을 모아서 트로피를 하나 만들려고 하다가 좌절을 겪었습니다. 역시 트로피를 손에 쥐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네요.
지난 2008년 2월24일, 우리 날짜로는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습니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에 각색상까지 무려 4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받았죠.
이 영화 제목은 아일랜드 최초 노벨상 수상자(노벨문학상)로 이 나라 국민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해조차 힘든 어수선하고 잔인한 세상에서는 노인이 살기 힘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예이츠도 고개를 끄덕이겠네요. 노인은 그저 나이가 많이 든 늙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현자(The wise old man), 영화에 등장하는 단발머리 살인마 안톤 시거는 카오스(chaos, 대혼란) 그 자체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제목만 보고 노인과 관련한 정치·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룬 영화라 지레짐작한 관람객들 역시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의 기사도 나왔었죠. 하지만 살인마의 손아귀에 힘없이 놀아나는 이 영화 속 희생자들처럼 지금 우리나라 상당수 노인들도 생존하기 녹록지 않은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달 22일 통계청 소속 국내 유일 국가통계 전문연구기관인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보면 재작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점이네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20∼2022년 평균 5.95점으로 회원국 38개국 중 35위인데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6점)와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뿐입니다. OECD 평균은 우리나라보다 0.74점 높은 6.69점이고요.
이 보고서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노인층의 문제는 경제적 빈곤입니다. 노인 10명 중 4명 정도가 빈곤한 상태로 OECD 37개국 중 하위 두 번째 국가네요. 균등화 중위소득 50% 이하의 인구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은 66세 이상의 경우 2021년 39.3%로 에스토니아 다음입니다. 이 시기 우리나라 전체 상대적 빈곤율은 14.8%였고요.
포퓰리즘 정책이나 일단 뱉어놓고 뒤로는 없애는 정책,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하는 것처럼 말로만 내세우는 정책들이 있습니다. 노인들의 살아갈 날이 청년이나 중장년들보다는 짧겠지만 그만큼 어떻게 지내냐에 따라서 젊은이의 시간보다 더욱 알차면서도 길게 활용할 수도 있겠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참된 어르신들의 시간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참된 정책이 필요하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