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처음이자 마지막의 역사 ; 어린이날의 기적

2024.05.05 08:51:13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이 다른 어느 날보다도 특히 더 사랑받고 행복해야 할 어린이날. 타고난 개성으로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린이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해태 타이거즈 창단 멤버로 프랜차이즈 스타의 첫 계보를 쓴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역대 첫 노히트 노런 달성자. 

 

지난 1982년, 지금은 철거된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해태 타이거즈의 창단 첫 경기인 롯데 자이언츠 전에 선발로 나선 이 우완 투수는 1989년까지 통산 197경기 599.2이닝 18승 29패 18세이브 238탈삼진 평균자책점 3.75의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기고 1990년 은퇴했습니다.

 

프로 원년에는 154이닝 6승 7패, 평균자책점 3.91의 기록지를 손에 쥐고 2선발로 활약했으나 이듬해 선동열, 문희수, 이상윤 등 프로야구 초창기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에게 밀리며 중간계투 역할을 맡게 된 투수. 

 

이후 규정 이닝을 채우기 힘든 릴리프로만 나서던 와중에 1984년 5월5일, 삼미 슈퍼스타즈 전 홈경기에 임시 선발로 나와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는 '혹성탈출'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방수원 선수입니다.

 

 

40년을 훌쩍 넘긴 우리 프로야구 역사상 KBO가 인정한 14차례의 노히트 노런 중 최초라는 타이틀도 타이틀이지만 이날 경기는 방수원 선수에게 인생경기 그 자체였을 겁니다. 이날 노히트 노런은 그해 방수원 선수에게 유일한 승리이자 그의 야구인생 통틀어 유일한 완봉승이었거든요.

 

기적 같은 일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닌데요. 태어나 불리던 방수원 선수의 이름은 방승원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학생(지금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10여 년간 실종상태였던 2살 연하 동생의 사망신고 및 호적 말소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 동생의 이름으로 인생을 살게 된 거죠. 

 

사망 처리된 동생과의 피치 못할 공생(?) 중 1983년, 미아가 된 채 고아원에서 자란 친동생이 방수원 선수와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듣고 잠실야구장에서 결국 형을 만난 영화 같은 일화. 정말 믿기 힘든 얘기죠. 

 

이후 가족을 찾게 된 동생은 방득원이라는 이름의 새 인생을 살게 됐으나 결국 세월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가족과 다시 멀어졌다는 지인의 게시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 중인 방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사족을 하나 보태자면 방 씨는 전 메이저 리거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병현의 언더핸드 스로 투구폼을 만든 인물이죠. 무등중학교 저학년 시절 유격수를 맡았던 김병현은 3학년이 되자 투수로 전향해 오버핸드 투구를 했었습니다.

 

야구에 전념하며 언더핸드 투구폼으로 놀던(?) 김병현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방 씨의 권유가 메이저 핵잠수함 'BK'(Born to K, -삼진 잡기 위해 태어난 사람-)의 탄생에 일조한 거죠. 

 

당시 무등중 야구부 감독이 먼저 언더 투구를 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태 타이거즈 2군에서 지도자 생활 중 유소년 유망주를 찾던 방 씨가 이곳을 찾아 언더핸드 스로 투구 시 김병현의 위력을 깨우치게 한 행보도 정말 운명적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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