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봐라] 무노조 경영서 창사 이후 최초 파업까지…삼성전자 노조 이야기

2024.05.29 17:07:34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동조합(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는데요. 이는 삼성전자 1969년 창사 이후 첫 파업입니다.

 

이날 전삼노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며 "교섭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측에 파업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는데요.

 

 

앞서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에 전삼노는 중앙노동위원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 지난 24일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전삼노는 다음 달 7일 단체로 당일 연차를 쓰는 방식을 통해 첫 파업을 단행한다는 방침인데요. 후속 파업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전삼노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실적 악화로 이뤄진 비상 경영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입니다. 최근 출범한 삼성 초기업 노조도 날카로운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이쯤 되면 삼성전자 노조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를 한번 해봤습니다.

 

◇전삼노는 어떤 노조?

 

삼성전자에는 전삼노와 사무직 노조, 구미네트워크 노조, 동행 노조, 디바이스경험(DX) 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는데요.

 

전삼노는 복수노조 체제인 삼성전자의 제4노조입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로 지난 2019년 11월 출범했으며 이달 27일 기준 가입자 수는 2만8400명인데요. 조합원 수 기준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로 반도체(DS사업부문) 직원들이 다수 전삼노 소속입니다.

 

 

전삼노는 현재 활동 중인 삼성전자 5개 노조 가운데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데요.

 

지난 3월 투표를 진행한 결과 1~5 노조 조합원 총 2만7458명 중 2만85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조합원 2만330명이 쟁의에 찬성했습니다. 전체 조합원 쟁의 찬성률은 74%, 투표 참여 인원 대비 찬성률은 97.5%를 기록했다네요.

 

◇초기업 노조는?

 

삼성 초기업 노조는 삼성전자 제5노조(DX노조)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삼성 '계열사' 4곳이 통합한 노조인데요.

 

초기업 노조 자체가 애초 조직 대상 범위가 사업장으로 한정되지 않은 노조를 뜻합니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 2월 출범식을 열어 공식 출범했는데요. 삼성 계열사 간 초기업 노조가 출범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이렇게 거대 노조가 출범하면 참여하는 계열사별 노조는 지부, 각 노조위원장은 지부장이 되는데요.

 

노조 측은 출범 선언문에서 "삼성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경제적 이윤 창출에 기여하고 삼성 모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근무환경의 물리적·정서적 개선, 근로자에 대한 인격적 존중 등이 노사상생 원칙에 의거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전진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삼성 노조가 주목받는 이유?

 

국내 일류 기업인 삼성이기에 국민들의 주목이야 당연하지만, 노조 출범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더욱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삼성은 지난 1969년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지만, 거센 여론에 밀려 지난 2020년 5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했고 이어 노조가 등장한 것입니다.

 

삼성은 노조 없이도 회사와 노동자가 '직접' 협상해 보다 나은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줄곧 내세웠는데요. 물론 이런 경영 철학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삼성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던 중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자 분위기가 반전됐는데요. 지난 2019년 12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로 기소된 임원들의 유죄가 인정되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그다음 해 무노조 경영 폐지를 발표한 것인데요. 당시 부회장이었던 그는 "이제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동 3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의 노사 문화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분에게 사과드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삼성전자가 창립 이래 파업이 실제 예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실제 파업에 대한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임금협상 교섭이 파행에 접어들면서 현실화된 것이죠.

 

◇삼성 '노노 갈등'도 눈길

 

이런 가운데 전삼노와 초기업 노조의 갈등도 보이면서 이번 파업 향방에 관해서도 얘기가 분분합니다. 

 

현재 전삼노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연맹(금속노련)에 속해있습니다. 이 외 4개 노조는 상급단체가 따로 없고요. 그런데 최근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조가 "금속조노 19만 조합원과 함께 전삼노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불씨가 커진 것인데요.

 

초기업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파업을 최초로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원하지만, (이들의) 행보와 회의록 등을 보면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날에도 이들은 "전삼노 집행부는 사전에 조합원 동의 없이 상급단체 조직화세력에 결탁했다"며 "민주적이고 자주성 있게 운영돼야 하는 노조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며 전삼노가 유튜브에서 타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비방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초기업 노조 주장에 전삼노는 언급을 피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들의 갈등이 헌법에서도 보장된 노동자들의 기본권에 대한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김수경 기자 sksk@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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