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8m 길이와 88년 역사… 장성했으나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곳

2024.06.30 15:30:52

 

작년 7월26일경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대형 구렁이. 지난 2022년 강원특별자치도에 있는 태백시 태백로 1889에 위치한 장성광업소 인근에서 한 주민이 촬영했으나 뒤늦게 이슈가 됐습니다.

 

세간에 알려졌던 것처럼 8m가 아니라 주변 지형지물과 대조하면 3~4m 길이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구렁이의 일종으로 추정된다는 게 원주지방환경청과 아태평양서파충류연구소의 제언이고요. 

 

구렁이의 평균 몸길이는 2m 정도라 3m만 넘어도 무척이나 크게 자란 거라고 하네요. 이후 이 뱀의 목격담이 들리지 않으니 섭섭한 느낌마저 듭니다. 외래종이 아니라 실존하는 우리나라 토종 멸종위기 구렁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까요.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습을 숨긴 구렁이보다 더욱 섭섭한 소식이 있는데요. 영물로도 여긴 대형 구렁이 근거지 근처의 장성광업소가 지난 28일 종업식 이후 88년간 까맣게 그을린 역사를 남기고 오늘 문을 닫습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이달 17일 '2024년도 폐광심의위원회'를 통해 국내 최대 탄광이던 장성광업소를 폐광지원 대상 광산으로 선정했고 당장 내일 관련 절차를 거쳐 폐광 수순을 밟게 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후의 광업권 등기 소멸 일자가 이 광업소의 공식 폐광일이고요.

 

이달 최종 415명이 근무했던 장성광업소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4월, 삼척개발주식회사 삼척탄광 장성갱으로 개광한 이래 1950년 대한석탄공사 창립부터 지금까지 석탄 9400만 톤을 생산했습니다.

 

지난해 화순광업소, 올해 장성광업소에 이어 다음 해로 결정된 도계광업소까지 대한석탄공사 소속 탄광 세 곳이 모두 폐광하면 우리나라 탄광은 민영인 삼척 경동탄광(경동상덕광업소) 단 한 곳만 제 역할로 기능하게 되네요. 

 

 

과거 광부는 위험하긴 해도 꽤 괜찮은 직업이었고 광산은 좋은 일터였습니다. 특히 1970년대 관련 산업 전성기 때는 ‘태백에선 동네 개가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또한 1973년, 1979년 두 차례 석유파동,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3년 미국·이라크전 등 유가 폭등 시기에 석탄은 쓰러지던 우리 경제를 지지한 한 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정작 석탄사업이 무너지기 시작했죠.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높아지기 시작한 1980년대 말부터 석탄은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처지에 몰렸고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조처, 대통령령의 도시가스 보급 등 대체연료 사용에 따라 국내 연탄 수요도 급감했습니다. 올해 1월 기준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 7만4000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요.

 

이런 가운데 강제로 퇴직하게 된 415명의 탄광 노동자와 태백시의 시름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나온 '탄광 지역 폐광 대응 연구 용역'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태백 지역내총생산(GRDP)은 13.6% 줄어들며 경제 피해 규모는 3조3000억 원 수준이라고 하네요. 

 

무엇보다 415명의 탄광 노동자 대부분은 평생 터전이던 태백에서 계속 일하며 살길 바라지만 이들을 원하는 곳은 없습니다.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새겨진 간판을 보며 입광하던 1950년부터 장성광업소에서 목숨을 잃은 광부는 2023년까지 모두 574명. 생사를 함께 걸었던 서로에게 고생했다는 말로 탄광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건넨 광부들의 심중소회는 어떨까요?

 

감상에 젖을 여유도 없이 지금부터 살 길이 막막할 노동자, 그리고 지역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지만 국내 사회·경제적으로 곳곳에 현안이 산적해 신경 쓸 여지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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