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네 번째는 1992년 태동한 노르웨이 출신 블랙 메탈밴드 'Gorgoroth(고르고로스)'.
국내에선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93년 4월 말 데모 발표 이후 1994년 10월의 데뷔작부터 명반 대열에 올린 블랙메탈계의 초일류 밴드죠.
밴드명은 영국 작가이자 언어학자인 J. R. R. 톨킨의 대표작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요정들이 사용하는 가공의 언어 신다린으로 무시무시한 공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지역인 검은 대지의 북서쪽에 위치한 고원의 이름이기도 하고요.
지하에서 양지로 나오기를 바라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악한 파괴력이 느껴지는 일관된 Infernus의 트레몰로 기타 연주, 결이 고운 나무를 톱질하는 듯한 Hat의 보컬, 블랙메탈의 기본을 달리는 Goat Perverter의 드러밍과 튀지 않고 읊조리는 Samoth의 베이스.
당시 여건상 어쩔 도리가 없던 처지는 음질조차 앨범 구성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에다가 풍부함을 더하는 타악(?) 연주, 여타 블랙메탈 밴드와 비교해 리프도 단조롭지 않고 템포 조절도 뛰어나다는 느낌이 듭니다.
블랙의 검은 싹수가 보이는 이 1집 앨범 전체 곡을 합쳐도 29분을 조금 넘는 정도지만 특히나 7번 트랙 (Under) The Pagan Megalith와 2번 Crushing the Scepter (Regaining a Lost Dominion), 8번 Måneskyggens Slave를 추천합니다.
블랙메탈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이지 리스닝 격으로 들려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요. 이것저것 따지면서 어렵다는 생각으로 들을 필요가 없는 앨범이라는 거죠.
물론 노르웨이 블랙의 중심축으로 거론되는 Mayhem(메이헴)과 Darkthrone(다크스론)이나 선조인 Venom(베놈·영국), Bathory(바소리·스웨덴), Celtic Frost(켈틱 프로스트·스위스) 등등을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히려 Gorgoroth는 선배들이 닦은 원초의 어두운 터널을 충실하게 답습하며 통과한다고 볼 수 있고요. Darkthrone이 세상에 가져온 로블랙메탈(Raw Black Metal)의 날것 그대로 청각을 자극하는 느낌은 마치 밤안개가 자욱한 어두운 고성에서 벽을 짚으며 걷다가 무언가 끈적이는 액체를 만진 것 같은 기분과 유사하다고나 할까요.
총평은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곡 간 완급조절이 부족한 부분이 다소 아쉬웠고 곡 전체에 만점을 줄 수는 없기에 1점 깎았고요.
1. Begravelsesnatt 2:33 |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