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다섯 번째는 2003년 6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뭉친 프로그레시브·테크니컬 스래시 메탈밴드 'Vektor(벡터)'의 'Terminal Redux'.
보컬과 기타를 맡은 David DiSanto(데이비드 디산토), 기타리스트 Erik Nelson(에릭 넬슨), 드러머 Blake Anderson(블레이크 앤더슨), 베이시스트 Frank Chin(프랭크 친). 이들은 2016년 5월6일, 모두 10곡이 담긴 73분 23초의 앨범 Terminal Redux를 내놓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시종 화려해서 어지간한 색은 눈에 띄지도 않는 게 단점이랄까요? 드라마로 꾸며도 될 법한 분위기 전환이 장점이나 앨범 중반 지점부터 슬슬 질리는 감이 들기도 하는데 전체를 다 듣고 나면 다시 첫 곡부터 떠오르는 마성의 음반입니다. 스트리밍이 대세인 음악시장이지만 이 앨범만큼은 CD든 LP든 소장하고픈 욕심이 생기네요.
밴드가 지닌 음악적 자질도 자질이지만 마치 Sepultura(세풀투라)가 그루브한 데스래시(데스+스래시) 메탈밴드로 한 영역을 구축한 것처럼 Vektor는 기교를 내세운 변화무쌍한 파워로 메탈헤드를 유혹합니다. 광활한 우주를 연상케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같은 프로그레시브한 요소가 이 밴드의 특징이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세 차례 데모 발매 이후 2009년 1집 Black Future, 2011년 Outer Isolation까지 명불허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이들은 여기 그치지 않고 5년 후 더욱 진보한, 말 그대로 프로그레시브 색감이 더욱 튀는 Terminal Redux를 통해 팬들에게 건재를 알립니다.
청자의 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밀고 당기는 다채로운 표현과 효과는 첫 곡 Charging the Void부터 매력뿜뿜이죠. 물론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곡을 맞췄다는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건 곡을 맛깔나게 뽑는 어느 밴드든 듣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보컬 David DiSanto는 10대 때 프로그레시브 락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전설적 밴드 Rush가 1978년 발매한 6집 앨범 Hemispheres(반구체)를 듣다가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Cygnus(백조자리)에 관심을 가졌다는데 당시의 감정이 Terminal Redux에 고스란히 녹은 듯합니다. 추천 트랙은 1번 Charging the Void와 마지막 10번 Recharging The Void.
Charging the Void는 본 작의 전체를 드러낸다고나 할까요? 어중간하게 젖은 빨래를 쥐어짜는 듯한 보컬과 각 악기 파트의 변주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알리고 13분이 넘는 대곡 Recharging The Void는 첫 곡의 느낌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우주의 장대함을 쫄깃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들려줍니다.
연주곡인 4번 Mountains Above the Sun과 잔잔한 9번 Collapse는 서정적으로 음을 뜯는(?) Vektor의 다른 매력을 뽐내고요. 2번 Cygnus Terminal과 8번 Pillars of Sand는 도입부부터 'Vektor는 이런 음악을 한다'는 방점과도 같은 곡으로 이들의 곡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군요.
늘어진 감각을 자극하는 3번 LCD(Liquid Crystal Disease), 5번 Ultimate Artificer, 7번 Psychotropia의 틈을 찾기 어려운 똑똑한 구성도 놓칠 수 없습니다.
적고 나니 뭐하나 추천곡 아닌 트랙이 없네요. 난해하게 여길 수도 있는 장르의 앨범을 명반으로 쏟아낸 이들이 불화를 겪어 각자 다른 길로 향하게 됐다는 소식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2020년부터는 DiSanto와 Nelson을 축으로 규합해 다시 활동 중이지만요.
1. Charging the Void 9:11 2. Cygnus Terminal 8:15 |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