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금융사가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놔야 하나요? 한곳에 몰아넣으면 앱 자체가 복잡하고 느려질 텐데요."
몇 년 전 한창 금융권에서 '원(One)앱, 슈퍼(Super)앱'이 뜨거운 감자였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자주 입방아에 올랐던 금융사가 있습니다. 바로 KB금융지주인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KB국민은행 앱 근황'이라는 유머 게시글이 종종 올라올 정도로 당시 KB국민은행 관련 앱이 매우 많았기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 'KB스타알림' 'KB Pay' 'KB부동산' KB굿잡' '리브' '리브똑똑' 등 셀 수 없이 많은 앱을 내놓다 보니, 소비자는 물론 일부 내부 직원들까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죠. 그럼에도 KB금융지주는 이슈에디코의 취재 당시 서두와 같은 멘트를 언급하며 앱 통합을 시도하려는 타 은행과 노선을 달리할 것을 확언했습니다.
사실 이때는 KB 외에도 여러 금융사들이 통합 앱을 운영하지 않았는데요. 금융 업무의 기본인 조회, 송금, 저축 외에도 각종 대출, 펀드나 보험 가입 등 여러 업무 처리를 한 앱에 탑재할 경우 구동 속도나 앱 용량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 목적에 따라 고객이 필요한 앱만 내려받아서 쓰면 편리할 거라는 판단도 있었고요.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업체의 강세가 점차 두드러지면서 이 은행은 전략을 전면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권 메기로 등장했던 카카오뱅크나 각종 금융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던 토스의 출현에 경각심이 든 거죠.
이에 KB금융지주는 2021년 10월 계열사의 약 80개 서비스를 모은 통합 앱 'KB스타뱅킹'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윤종규 전 KB지주 회장은 "대표 앱인 스타뱅킹이 그룹의 슈퍼앱으로 자리 잡아 계열사 앱과 상호 연계·보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KB국민은행 이재근 행장도 "스타뱅킹이 금융과 고객의 일상을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리더들의 말처럼 KB지주와 KB국민은행은 고객 리뷰, 설문조사,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렴한 7000여 건의 고객 리뷰 기반으로 KB스타뱅킹의 완성도를 높였는데요. 일례로 올해 외국인이 영업점 방문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비대면 전자금융 가입 프로세스를 신설하고 빠른 로그인 기능을 제공해 로그인 없이 알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습니다.
또 KB스타뱅킹을 통한 카드 발급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주민등록증 확인서비스를 홈화면에 전면 배치했다는 게 이 은행의 설명인데요. 이런 노력 덕분에 KB스타뱅킹 앱 평점은 지난달 말 기준 AOS 4.7점, iOS 4.3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달 말 기준 월간활성고객(MAU)도 1260만 명을 돌파했고요.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하나은행 모바일 앱인 '하나원큐'에서 주식 거래, 보험 진단과 같은 주요 계열사의 대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올 1분기 기준 MAU는 약 576만 명인데요. 이를 확대하기 위해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앱을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추진 중입니다.
후발주자인 신한금융은 작년 12월18일 '신한 슈퍼 SoL(쏠)'을 선보였는데요. 이 앱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등 신한금융 계열사의 핵심 기능을 결합한 통합 금융 플랫폼으로 슈퍼 쏠 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도 생겼습니다. 이 앱의 이용 고객 수는 작년 12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500만 명을 넘어섰고요.
더 많은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는 슈퍼 쏠 고객 심층조사(Focus Group Interview, FGI)를 시작했는데 데이터 분석과 함께 고객의 생생한 경험을 듣는 정량·정성 평가가 약 3개월간 진행됩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0일 열린 고객좌담회에서는 신한, 토스, KB금융 앱 헤비 유저들의 신한 슈퍼 쏠에 대한 개선 의견을 듣기도 했고요.
우리금융은 오는 11월 슈퍼앱 '뉴 원(New Won)'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요. 우리은행 앱 '우리WON뱅킹'을 활용해 기존 계열사 서비스 외에도 각종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준비 중입니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내년 상반기에 연결할 예정인데요. 우리금융은 슈퍼앱의 MAU 목표치를 1000만 명으로 잡았습니다.
NH금융지주도 올해 6월부터 'NH올원뱅크'에서 계열사 전 상품의 판매에 나섰고 내년 1월부터 영업점 방문 없이 모든 업무가 가능한 슈퍼앱을 출시할 예정인데요. 이 지주사 이석준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전사적 구축 중인 슈퍼플랫폼에 금융은 물론 비금융 서비스와 인공지능(AI)까지 탑재하면 진정한 의미의 완성형 슈퍼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슈퍼앱에 대한 포석을 깔기도 했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