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지주(지극히 주관적인) 무작위 명반 소개] 여섯 번째는 1984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첫 숨을 내쉰 Death(데스)가 1995년 3월21일 내놓은 여섯 번째 정규 앨범 'Symbolic'.
이제야 꺼내는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는 열정 넘치던 청년기에 나우콤 자회사 제타미디어의 웹하드서비스였던 피디박스와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레텍(지금 곰앤컴퍼니)의 아이팝클럽에서 조금은 지명도가 높았던 인천 하드락 3인방 중 1인 '낭만'이었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이 앨범을 듣고 당시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1984년 첫 데모 'Death by Metal' 이후 1987년 5월 스래시를 위시해 데스메탈의 기초를 잡은 1집 'Scream Bloody Gore'를 발표하고 전설로 직결되는 통로를 만든 데스. 프로그레시브와 데스메탈의 풍요로운 조화로 9곡, 50분 41초의 재생시간 내내 데스메탈의 효시를 자인하는 앨범 Symbolic.
기타리스트 Bobby Koelble(바비 콜블), 베이시스트 Kelly Conlon(켈리 콘론), 드러머 Gene Hoglan(진 호글란)의 라인업에 보컬 겸 기타리스트이자 이 앨범 전곡을 작사 및 작곡한 Chuck Schuldiner(척 슐디너).
효율적인 강함을 추구했던 천재 뮤지션 척 슐디너가 6집 활동 도중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은 이후 부침을 겪던 밴드가 현재까지도 그의 유지를 받들어 음악활동을 이어간다는 소식은 음악으로 맺은 우정의 끈끈함을 느끼게 합니다.
자금난 탓에 치료시기를 놓친 그는 결국 손쓸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해 1999년 활동을 중단하면서 연명에 대한 의지를 불살랐으나 항암제도 견디지 못했던 육체는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2002년을 보름여 앞두고 폐렴으로 세상을 등졌죠.
'Symbolic'은 데스가 소속사를 로드러너 레코드로 옮긴 후 켈리 콘론과 바비 콜블을 영입해 발매한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입니다. 부연하자면 켈리 콘론은 데스 활동 이후 역시 데스메탈 밴드인 Monstrosity(몬스트로시티), Pessimist(페시미스트) 등에서 베이시스트의 자질을 높이고 있으며 바비 콜블은 재즈 기타리스트로 전직해 뮤지션이자 교육자의 인생을 사는 중이라네요.
이들의 4집 앨범 'Human'과 함께 명반에 꼽히는 이 앨범은 데스 전작들과 비교해 기술적인 멜로디라인이 돋보이는데 프로그레시브 색채가 짙어짐과 동시에 죽음에 충실했던 가사 역시 변화를 줘 삶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하이 그로울링으로 내뱉습니다.
물론 이들의 단편적인 야만에 매혹됐던 팬들은 비슷한 시기의 얼터너티브 광풍에 혼이 나갔던 여타 밴드들의 딴청타임을 보는 것처럼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호불호를 배제한 완성도를 따지면 군말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을 정도죠.
모든 곡이 뒤섞임 없이 각각의 매력을 자랑하는 이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첫 곡 'Symbolic'은 잘 짜인 템포의 구성이 일품입니다. 드러머 진 호글란의 강약을 조절한 페달 사용도 맘에 들고요.
세 번째 트랙 'Empty Words'는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기타 리프에 귀가 이끌립니다. 차츰 공허에 빠지는 기분도 색다르죠.
네 번째 곡 'Sacred Serenity'는 데스의 색채에 어울리는 침울함이 배가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판테라의 울렁거림이 데스를 만나면 이렇게 변모할까 싶네요.
'Symbolic'과 다른 드러밍으로 텐션을 끌어올리는 5번 트랙 '1000 Eyes'는 데스식 프로그레시브에 장점을 찍는 지점이랄까 싶은 곡인데요. 양쪽 귀를 번갈아서 자극하는 리프에 주목하면 악기 각각의 특징을 저절로 되짚게 됩니다.
데스의 이전 앨범 곡들을 떠올릴 법한 7번 트랙 'Crystal Mountain'은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각 파트마다 고유함이 살아있는데 긁는 듯한 서정미라는 표현을 곁들이고 싶네요.
마지막 곡 'Perennial Quest'는 척 슐디너가 추구하는 음악 기저에 깔린 평온의 본질을 들려주는 것 같은 곡입니다. 슬쩍 듣고만 있어도 내면의 감정을 점증시키는 구성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네요.
Symbolic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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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