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사이] 꿈을 키워주던 네이버웹툰, 성 차별 논란에는 '꾸물'

2024.11.02 19:04:10

 

제 요즘 취미는 '그림 배우기'입니다. 언젠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는데, 이제서야 도전하게 됐는데요.

배우고 싶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만화'였는데요. 저는 윙크, 보물섬과 같은 만화잡지를 보던 어린시절을 거쳐 학창시절에는 웹툰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하루마다 다섯 개가 넘는 웹툰을 다 보고 자야 성에 찼을 정도로요.



 

특히 네이버웹툰은 저의 학창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는데요. 마음의 소리, 정글고, 와라 편의점, 환상골방곡, 나이스진타임, 수사9단, 역전 야매요리 등 초창기 웹툰은 거의 다 섭렵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친숙하게 다가온 인물도 있었는데요. 바로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입니다.

그는 네이버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해 불모지였던 웹툰시장을 개척했는데요. 노란머리에 순수하게 만화를 좋아하는 그의 모습이 생활툰이나 유머툰에 종종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야매 역전요리에서는 정다정 작가가 밸런타인데이 기념으로 직접 만든 초콜릿을 네이버에 돌렸는데, 먹고 배탈이 날까봐 걱정하는 모습으로 나와 웃음을 선사했고요. 조석의 마음의소리에서는 거의 단골로 나오면서 빼먹을 수 없는 캐릭터가 됐죠.

이렇게 웹툰에서나 자주 접하게(?) 되면서 그가 대표가 된 당시에는 '웹툰 오타쿠' 한 명으로서 진심으로 그를 축복하기도 했고요.

그가 헌신을 다해 키운 네이버웹툰은 올해 신작 발굴 공모전 참가작 '이세계 퐁퐁남'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데요. 웹툰 주인공인 중년의 기혼남성이 아내의 외도를 목격, 이혼을 결심하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과정에서 판타지 세계인 이세계로 넘어간다는 내용입니다.

제목 속 퐁퐁남은 여러 연애를 했지만(이게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혼은 경제적인 이유로 안정적인 재산을 보유한 남자를 택하는 여자의 남편을 뜻하는 신조어인데요. 말 그대로 설거지에 세제의 대표 명사 '퐁퐁'이 필요한 것처럼, 여자의 과거를 세탁할 수 있는 남성이 퐁퐁이란 소리입니다.

이 같은 여성혐오적 표현이 문제가 되면서 많은 여성 독자가 네이버웹툰 불매에 나서자 작가는 "현 퐁퐁남, 설거지론의 어원이 집단강간에서 비롯됐다는 허위 사실이 정도를 벗어나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글을 남기게 됐다. 해당 용어는 2000년대 초에 사용된 주식용어며 저는 집단강간, 여성혐오 행위를 옹호하지 않는다. 어원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과 호도를 삼가해 달라. 이 웹툰은 이혼 전문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제작됐다"고 해명했는데요.

과연 그의 말이 맞을까요?

x나게 x먹었대. xx빵을 오공주당 다섯 번씩."
"xx빵이었어? 아깝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가서 설거지라도 거들 걸."


지난 2002년 개봉한 '품행제로' 속 날라리 고등학생들의 대사입니다.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한 일을 자랑인 것처럼 떠드는 고등학생과 그곳에 가지 못해 아쉽다는 친구의 대사인데요. 저급하기 짝이 없는 대사라 기사에 쓸까, 말까 매우 고민했지만 네이버웹툰 논란을 설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용했습니다.

이 작가의 말대로라면 2000년대 초에 나온 영화에 집단 성폭행에 대한 대사 속에서 설거지가 나올 리가 없겠죠. 기사를 쓰기 앞서 작가가 주장하는 주식시장에서의 설거지란 표현도 찾아봤는데요.

일부 세력이 큰 수익을 실현하고자 작전을 성공시킨 뒤 잔여량을 없애기 위해 개미들을 꾄 다음 고가 물량을 털어내는 행위를 빗댄 은어가 당시에 쓰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거의 사라졌고요.

여기 더해 작가 해명문에서 이혼 전문변호사 자문을 받아 제작했다는 얘기가 왜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이혼 전문변호사 자문을 받았다고 퐁퐁남, 설거지론을 웹툰의 기반으로 삼아도 된다는 걸까요? 작가는 웹툰 제작에 앞서 사전 조사가 매우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는 여러 이혼 변호사들이 그림 작가를 고용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는 웹툰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런 용어 없이도 부부간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다루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네이버웹툰 일간 활성화이용자 수(DAU)는 399만6000명으로 '이세계 퐁퐁남' 논란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달 일일 460만9885명보다 약 60만 명이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10대 청소 여성 이용자와 20대 여성 이용자의 이탈이 가장 컸는데요. 애매한 입장문만 발표한 작가와 이를 1차 심사에서 통과시킨 네이버의 무대응에 불매운동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네이버웹툰에 선정성과 여성 혐오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너무도 많지만 하나만 일례로 들자면 2020년 기안84의 작품 '복학왕' 속 여자 주인공의 취업 과정에서 회사 팀장과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비유가 등장했는데, 이후 정직원에 채용된 모습이 그려지면서 갑론을박이 오갔고요. 이 외에도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그려지며 기안84의 성 인지성 문제도 수면 위에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를 통해 제대로 된 만화를 모든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던 포부를 늘 내비쳤던 을 김준구 대표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제는 침묵으로만 일관할 때가 아닙니다. 그가 진정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는 웹툰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면 이제라도 밖에 나와 자신의 과오를 인정, 전반적인 시스템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김수경 기자 sksk@issueedico.co.kr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

2024.12.23 (월)

  • 동두천 -8.4℃맑음
  • 강릉 -0.6℃맑음
  • 서울 -3.2℃맑음
  • 대전 -4.4℃맑음
  • 대구 -0.8℃맑음
  • 울산 -1.8℃구름조금
  • 광주 -1.1℃맑음
  • 부산 -0.1℃맑음
  • 고창 -3.8℃맑음
  • 제주 5.0℃구름조금
  • 강화 -5.9℃맑음
  • 보은 -7.8℃흐림
  • 금산 -7.0℃맑음
  • 강진군 -1.3℃구름조금
  • 경주시 -0.9℃맑음
  • 거제 0.0℃맑음
기상청 제공

상호(제호) : 이슈에디코 l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5210 대표전화 : 070-8098-7526 l 대표메일 : eigig@issueedico.co.kr l 발행·등록일자 : 2018년 5월 22일 l 발행·편집인 : 정금철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은 발행·편집인이며 대표전화 및 대표메일로 문의 가능합니다.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