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 오늘은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탄생일입니다.
1936년 2월21일 향년 55세의 길지 않은 삶을 만주국 뤼순감옥에서 마친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에 조선사연구초, 조선상고사를 비롯한 역사서와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우리나라 위인전, 소설을 실으며 애면글면 살아왔죠.
1927년 항일결사단체인 의열단 김원봉 단장의 요청을 받아 기초를 잡은 조선혁명선언은 한국 아나키스트로서의 강직한 행보를 보여주는 역사적 문헌이기도 하고요. 특히 일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 고개를 든 채 세수를 했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1925년 1월2일 동아일보에 기재한 '낭객의 신년만필' 중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 한다'는 구절 역시 많은 이들이 알죠.
이런 가운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의 경우 신채호 선생의 명언으로 가장 널리 알려졌으나 정작 그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사료는 찾을 수 없습니다. 언제인지도 모를 시점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 누구인지도 모를 유명인의 발언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나돌죠.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와 엮인 얘기가 떠오릅니다. 괴벨스의 어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구 또한 당사자의 발언이 아니라고 하죠. 이 거짓 어록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시간적 노력이 필요했는지를 생각하면 이래저래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집니다.
굳이 비교대상을 꼽으라면 허위정보를 교정하는데 필요한 자원의 양은 허위정보 생산 비용보다 훨씬 많이 소요된다는 '브란돌리니의 법칙(Brandolini's law)'을 거론할 수 있겠네요.
'헛소리 비대칭성 원리(Bullshit asymmetry principle)'로도 인용되는 이 명제는 이탈리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알베르토 브란돌리니(Alberto Brandolini)가 지난 2013년 자국의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언론인 마르코 트라바글리오의 대담을 본 후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 글이라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설계에 사용되는 협업 기법 중 하나인 이벤트 스토밍(Event Storming)을 제안하기도 한 알베르토 브란돌리니가 집단의 힘을 빌려 허위정보를 거르고 최적화된 답안을 도출하는 일에 일가견을 보인 것은 선험적 동일선상에서의 필연 같기도 하네요.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