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뷰] 100만 불의 초원이, 페이디피데스의 브레알 컵은?

2025.03.16 16:54:47

일요일인 16일 오전, 서울 마라톤으로 서울 주요도로 곳곳에서 교통을 통제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와 베켈레치 구데타 보레차가 각각 2시간5분 42초, 2시간21분 36초의 기록으로 국제 남녀부 정상에 올랐다고 하네요. 한국전력 김홍록은 2시간12분 29초, 충주시청 임예진은 2시간30분 14초로 나란히 국내 부문 2연패를 이뤘습니다.

 

명칭처럼 서울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춘천 마라톤 등과 함께 수만 명이 참가하는 국내 3대 초대형 풀코스 마라톤 대회죠. 차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는 서울 주요 도로들을 발로 디딜 수 있는 만큼 러너(runner)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1931년 3월21일 첫 개최 이후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겪게 돼 12회부터 24회까지 13년간 잠정 중단됐다가 1953년 휴전 후 1954년부터 다시 이어졌고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자유를 다시 누리며 마음껏 달리게 된 서울 마라톤처럼 우리 삶도 큰 풍파를 꿋꿋하게 견디고 다시 재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쿠베르탱 남작도 장거리 경주인 마라톤의 참의미를 알기에 각색까지 하면서 홍보하지 않았을까요? 무슨 얘기인지 아는 독자들도 많을 텐데 결론부터 꺼내자면 달리고 또 달려 마라톤 전투의 승리를 알리고 숨졌다는 전령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의 일화는 사실과 다릅니다.

좀 더 상세히 풀어볼까요? 그리스 기업가 디미트리오스 비켈라스(Δημήτριος Βικέλας)와 프랑스 교육자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은 의기상투해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를 세우고 각각 1, 2대 위원장을 맡게 됩니다.

 

특히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이 세계 최대 국제행사가 되기까지 절대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라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라고 지칭해도 전혀 무리가 없죠.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창시자라면 마라톤의 창시자는 현대 의미론 창시자 중 1인으로 프랑스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인 미셸 브레알(Michel Bréal)입니다.

 

 

쿠베르탱의 친구였던 미셀 브레알이 1896년 아테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마라톤을 제안하며 페이디피데스의 얘기를 풀어놓은 거고요. 그리스 역사에 지대한 관심이 있던 그는 마라톤의 역사적 의의에 집중했고 흥미를 끌 만한 얘기로 각색하며 쿠베르탱을 설득하는데 성공해 결국 마라톤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습니다.

 

여담으로 올림픽 마라톤 최초 우승자인 그리스의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가 받은 트로피를 '브레알 컵'이라고 부르죠. 높이 15㎝의 브레알 컵은 이후 대대손손 대물림되다가 가족들이 2012년 경제난으로 경매에 넘겨 54만 파운드(현재 한화 약 10억1580만 원)에 낙찰됐다는 소식도 들렸고요.

 

각설하고 페이디피데스의 얘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그리스에 악감정이 있던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는 당당하게 맞서던 아테네에 함대를 이끌고 침공을 감행했는데 여기 대응할 지원군을 요청하고자 전령 페이디피데스를 스파르타에 보낸 거죠.

 

그러나 스파르타 역시 반란 등의 내부 악재로 지원이 어려워 아테네는 인근 도시 플라타이아이와 힘을 합쳤고 기원전 490년 9월12일, 그 유명한 마라톤 전투를 치릅니다. 그리스군이 승기를 잡자 페르시아군은 함대로 후퇴했고 역습을 우려한 그리스군은 30km를 3시간 만에 이동하며 아테네에 귀환하죠.

 

어쨌거나 페이디피데스는 임무 완수 후 마라톤에 무사 생환했고 그리스는 승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왕복 240㎞의 거친 지형을 이틀 만에 주파한 셈이라고 하니 페이디피데스가 역대급 체력의 전령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



강민호 기자 mho@issueedico.co.kr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

2025.03.16 (일)

  • 동두천 5.3℃구름많음
  • 강릉 2.7℃흐림
  • 서울 5.9℃맑음
  • 대전 6.4℃구름많음
  • 대구 5.5℃흐림
  • 울산 4.9℃
  • 광주 4.9℃구름조금
  • 부산 5.3℃
  • 고창 3.6℃구름조금
  • 제주 6.5℃구름많음
  • 강화 4.4℃맑음
  • 보은 5.3℃구름조금
  • 금산 5.7℃구름많음
  • 강진군 ℃맑음
  • 경주시 4.6℃흐림
  • 거제 5.3℃흐림
기상청 제공

상호(제호) : 이슈에디코 l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5210 대표전화 : 070-8098-7526 l 대표메일 : eigig@issueedico.co.kr l 발행·등록일자 : 2018년 5월 22일 l 발행·편집인 : 정금철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은 발행·편집인이며 대표전화 및 대표메일로 문의 가능합니다. Copyright © Issueedico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