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부터 DLS까지…" 저금리 맞춤형 투자상품이 퇴짜 맞게 된 사연은?

2019.08.16 16:40:54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많은 이들이 예금과 적금 대신 투자 상품에 눈길을 돌렸었는데요.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상품들의 불확실성이 문제가 돼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가 역전되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탓에 다우 지수는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는데요. 이후 소비 호조에 다시 안정세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의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기 더해 긴장감을 끄는 요인에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영국 브렉시트, 홍콩 시위 격화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는데요. 이 상품은 코스피 200, 홍콩H지수, 미국 S&P500 지수 등 대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해당 지수가 일정 구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자를 더해 상환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반년, 1년, 2년, 3년 단위로 지수가 정해진 구간을 이탈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상환이 결정되는데요. 정해진 구간을 밑돌면 녹인(Knock-in·원금손실조건)이 발생합니다. 이 상품은 상환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른 상품보다 커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았었고요.

 

그러나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금액은 7조768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5월 9조431억 원보다 1조2750억 원(14%) 급감한 수치입니다. 

 

특히 최근 홍콩 시위가 거세지면서 ELS 손실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홍콩H지수(HSCEI)는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기업(H주) 중 40개 우량종목으로 구성됐는데 ELS의 단골 기초자산입니다.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발행된 ELS 47조6585억 원 중 67%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넣었다네요.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홍콩 시위 격화가 홍콩 주가지수에 투자한 주가연계증권(ELS)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KB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HSCEI지수 하락이 ELS손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지수 급등과 그 과정에서의 대규모 ELS발행이 존재해야 한다"며 "하지만 올해 상반기 HSCEI지수의 평균 밴드는 1만1200~1만1750포인트 수준이었고 해당 지수 레벨은 지수 급등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기초 자산의 ELS 손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대략 7500포인트 이하로 하락해야 손실구간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또 이 연구원은 "현재 H지수가 급락한 정도로 손실 여부를 논하는 것은 기우라고 볼 수 있다"며 "H지수가 홍콩 시위 영향만으로 하락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상반기 상환된 금액 중 가격이 낮아지기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의 경우 재투자에 나설 여지도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 군(軍) 투입설까지 돌고 있어 불안감을 접을 수 없습니다.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시장이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로 위기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16일 금융위원회 손병위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홍콩 시위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는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자"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투자자들에게는 ELS 이슈 외에도 금리 연계형 파생금융상품(DLS)과 같은 대규모 손실 사태도 큰 이슈입니다. 제2 키코 사태로 번질까 하는 우려까지 등장했는데요. 가장 문제가 된 건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기초자산의 DSL 상품으로, 최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손실 위험이 커졌습니다.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이 DLS를 만들고 교보악사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KB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의 운용사가 이들 DLS를 담아 파생결합펀드(DLF)를 제작했는데요. 판매는 대부분 우리은행에서 맡았습니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금리가 -0.2% 이상이면 4~5%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나고 –0.7%까지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잃는데요. 15일(현지시각)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712%를 기록하며 원금 손실 구간으로 들어섰습니다.

 

우리은행의 이 상품은 다음 달 19일부터 만기도래하지만 만기 연장이 되지 않습니다. 올해 안에 1250억 원 규모의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죠.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말부터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S를 내놨었습니다. 

 

이 상품도 만기 시점의 기초자산 금리가 가입 시점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이면 3~5% 수익을 얻고 이하면 금리 하락률만큼 손실이 있는데요. 영국 CMS 7년물 금리는 국채 7년물 금리와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국채 금리는 1년 전보다 68%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되자 하나은행은 사후관리지원반을 꾸렸습니다. 상품 만기가 1년 또는 1년 6개월이라 일부 상품은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우리은행과 달리 올해 만기 도래하는 상품 판매 규모가 미미하고 6~8회가량 만기 연장이 가능합니다.
 
현재 DLS 투자자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과 분쟁조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금손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면서요. 실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 결과 '미흡'과 '저조'라는 결과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들 투자자의 소송 대상에는 연관된 금융투자회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발행한 증권사와 만든 운용사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수조사와 함께 향후 조사 결과를 유심히 살피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김수경 기자 sksk@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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