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산업] 약 1100명의 작가가 참여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vol.8(서일페)'가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7월, 12월 두 번 열리는데 스티커, 엽서, 에어팟 케이스, 메모지, 에코백 등 여러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접하고 구입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7월 행사에는 6만9500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

이번 서일페 주제는 'Love yourself(너 자신을 사랑하자)'였으며 '해피2020문구전' 언박싱 도슨트 형식의 '픽셀톡'과 유튜브 라이브로 관람객들이 직접 페어에서 구매한 굿즈를 공개하는 '위대한 콜렉터' 이벤트, 이번 미디어 파트너사인 삼성 갤럭시 스토어, 네이버 그라폴리오만의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구색을 맞췄다.

22일 서일페를 찾은 첫 소감은 외마디 단말마인 '헉'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서일페를 찾아올 줄 몰랐기 때문. 온라인 예매를 했음에도 한참 줄을 서서 입장권인 손목 띠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2015년 8조3070억 원에서 2017년 11조9220억 원까지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규모를 키운 키덜트족(Kidult·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을 의미)이 뒷받침했는데 이날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서일페에서 한 가지 체득한 정보는 서일페가 겨울이어도 무조건 가벼운 옷차림이어야 한다는 것. 또 간이 카페가 마련됐지만, 이곳 역시 줄이 길기 때문에 마실 것을 챙기는 게 좋다. 또 현금을 손에 두둑하게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일페 대부분의 부스는 카카오페이 QR코드 또는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결제가 가능했는데, 계좌이체나 카카오페이 결제는 사람들이 많아 영 불편했다. 

아울러 1000명이 넘는 작가들이 참가한 만큼 부스는 협소한 반면,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아 구경하기는 조금(아니 사실 조금 더) 힘들었다. 그러나 작가들의 피와 땀으로 제작된 상품들의 퀄리티가 매우 높았던 만큼 눈은 즐거웠다. 특히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족'이라면 서일페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번 전시 물품 중 90% 이상이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떡메모지 등 다이어리를 꾸미기 좋은 물건들이었기 때문.

그 와중에도 눈길을 끈 이색 상품과 서비스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방문객들의 캐리커처 등 그림을 그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부스에는 긴 줄이 있었다. 또 디자이너 브랜드 'GOCORI(고코리)'의 동화 속 일러스트레이션이 의상에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고양이 모양의 도자기 전시품을 직접 구워 파는 부스에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머물렀다.

이 중에서 내 눈길을 가장 끈 상품은 '고주망태 병따개(현이씨)'와 '밀당 원샷 소주잔(마젤디파인)'. 유쾌한 캐릭터가 그려진 자석 병따개와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새겨진 잔에 구멍이 뚫려있어 받자마자 무조건 원샷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소주잔은 꼭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이 외에도 고양이 스티커를 구입했다.
 
앞서 말했지만 서일페 주최 측의 이번 의도는 '너 자신을 사랑하라'다. 서일페를 통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찾아본 뒤 누구보다 내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많았다는 점이 뱡문객들의 호응을 불렀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행사가 많지 않아 기회를 노린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던 만큼 부스와 통로를 좁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이러다가 사람 한 명 쓰러져 나가도 모를 정도로 공간이 밀집돼 방문한 사람도, 굿즈를 파는 사람도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일러스트와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은 확실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