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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 막힌 자금' 롯데로 돌아보는 재벌그룹 금융업 흑역사

롯데그룹이 결국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 롯데카드와 같은 금융업에서 철수하기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롯데그룹은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출처: 롯데카드)

 

롯데는 지난해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과제에 산적했었죠.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없어 보유한 금융 계열사 지분을 2년 이내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롯데캐피탈의 행방에 대해서는 침묵 중이네요. 업계에서는 KB금융과 신한금융, 내년에 출범할 우리금융, 지방 BNK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유력 인수 대상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로써 롯데그룹도 재벌그룹의 금융업 진출 흑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됐습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지난 1997년 그룹 부회장에 취임할 때부터 금융업을 강조했었는데요. 이에 2002년 동양카드를 인수, 그룹 핵심 유통 분야와 협업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어려워지는 카드 업계 환경에 중소형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롯데카드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11%로 7개 카드사 중 5위입니다.

 

롯데는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사들인 뒤, 롯데손보로 영업을 이어갔는데요. 유통 계열사와 협업해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있었으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롯데손보는 국내 10개 손보사 중 약 9위에 머무르고 있죠.

 

그런가 하면 지난 여름에는 SK그룹이 유일한 금융사였던 SK증권을 매각했죠. 지난 7월 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SK증권 지분을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J&W파트너스에 넘겼습니다. 

 

SK증권은 지난 1955년 신우증권으로 설립해 동방증권, 서울투자금융, 태평양증권을 거쳐 1992년 선경그룹(현 SK그룹)에 편입됐는데요. 롯데그룹처럼 공정거래법에 따라 SK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했던 것입니다. 다만 SK라는 사명은 사용료를 내고 그대로 사용한다네요. 아무튼 SK그룹은 SK증권 매각을 마무리해 2007년 지주회사 출범부터 골치를 앓던 이를 빼낸 셈입니다.

 

두산그룹도 금융 계열사인 비엔지증권을 끌고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요. 비엔지증권은 2000년 설립된 증권사로 2008년 두산그룹에 최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이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계속 적자를 이어가자 두산그룹은 2014년 금융투자업 라이센스를 반납하고 비엔지증권 운영에 철수했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부터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했는데요. 2008년 1분기 기준 금호생명은 약 1311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경영난에 이기지 못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수차례 매각을 진행했지만 순탄하지 않았죠. 결국 KDB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경영난에 빠진 금호그룹을 지원하고자 펀드 조성 후 6500억 원에 금호생명을 인수했고 KDB생명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LIG그룹은 1999년 LG그룹에서 분가해 LIG손해보험과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요. 2006~2008년 몇몇 건설사를 인수하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건설 경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죠.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에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하라며 LIG그룹 일가를 압박했는데요. 결국 자금 마련을 위해 LIG손해보험의 주식 전량을 KB금융지주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