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사회] 지난 2016년, 열차 운전실에 영상기록장치(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철도안전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시행령에 붙은 걸림돌이 있었다. 운행정보기록장치를 설치한 열차는 CCTV 설치를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였다.
대부분의 열차에는 운행정보기록장치가 달려있는 만큼 10년간 법은 선언에 그쳤고 운전실 CCTV 자리는 빈 상태였다. 여기 더해 '감시받는 노동은 안전할 수 없다'면서 인권침해 논란을 제기하는 철도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국토교통부(국토부)는 5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철도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핵심은 걸림돌 예외 규정을 삭제하고 모든 열차에 운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법은 있었지만 카메라는 없었다
국토부가 이날 내놓은 '열차사고 원인 더 정확히, "모든 열차 운전실 CCTV 설치"'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보면 10년간 예외 규정이 유지된 사이 운전실 CCTV의 부재는 사고 원인 규명의 한계로 이어졌다. 운행정보기록장치는 열차의 속도, 제동, 신호 정보 등을 기록하지만 기관사가 운행 중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빈틈을 파고든 악재들이 있었다. 2014년 강원 태백선에서 누리로 열차와 무궁화호가 정면충돌해 1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쳤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ARAIB/R 2014-5) 기록대로라면 누리로 기관사는 191회 승무 중 134회에 걸쳐 휴대전화를 상습 사용했고, 사고 6분 전에도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문자를 전송 중이었다.
2022년 경기 의왕 오봉역 화물열차 사고에서도 기관사의 인적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됐고, 2024년에는 퇴근 시간대 서울지하철 4호선 기관사가 운행 중 휴대전화 영상을 시청하다 적발돼 고발되는 일이 있었다. 모두 운전실 CCTV가 있었다면 즉각 확인하거나 사전에 억제할 수 있었을 상황이다.
해외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 고민을 겪었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2023년 보고서에서 모든 신규 열차에 효과적인 전방 CCTV를 설치하라는 철도사고조사위원회(RAIB)의 권고에 따라 철도안전표준위원회(RSSB)가 운전실 카메라 설치 기준을 개정했다.
이후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운전실 내부를 촬영하는 카메라는 사고 조사 목적으로만 영상을 활용하도록 제한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았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려는 48시간 보관·사고에 한해 열람 가능하도록 한 원칙은 영국의 접근과 같은 맥락이다.
국회를 위시해 감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예외 규정이 상위법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사고 원인 규명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연달아 내놨었다. 그러나 개선까지 10년이 걸렸다.
감시냐 안전이냐, 48시간의 타협
이번 개정안은 면제 규정을 없애 모든 열차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운전실이 맨 앞 객차에 위치하는 동력분산식 차량의 특성을 반영해 설치 대상을 기존 '동력차'에서 '동력차 및 객차'로 확대했다.
이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은 명확하다.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안전 대책이라는 입장이고, 철도노조는 상시 감시가 집중력을 떨어뜨려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발 중이다.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 이후 반대 입장을 고수한 노조는 올해 초부터 총력결의대회,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을 전개하며 준법투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 갈등을 의식한 국토부는 노조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병행했다. 운전실 CCTV 영상은 보관 기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고 기관사의 팔과 손 등 신체 부위를 제외하는 등 촬영 범위를 축소·한정하며, 영상은 철도교통사고 발생 때만 이용·제공하도록 엄격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기관사의 근무 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등과 함께 다양한 근무 여건 개선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열차 운행 중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은 음주운전 수준으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기관사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운행 여건 조성도 충분히 따져 국민 안전 및 열차 운행 안전을 모두 챙기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국토부 김태병 철도국장의 제언이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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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인 6월 5일부터 7월 15일까지 국민 의견 접수. 국토교통부 누리집(https://www.molit.go.kr/portal.do)의 '정책자료→법령정보→입법예고·행정예고'에서 전문 확인 및 의견 제출 가능.
열차 운행 중 안전과 관련된 이상 징후를 목격한 경우 한국철도공사 고객센터(1544-7788) 또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 신고 가능. 철도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 조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https://araib.molit.go.kr/intro.do)가 독립적으로 수행. 조사 결과는 보고서로 공개되며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권고 포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