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 후면 2026 FIFA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세 개 나라에서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참가하고 기간도 한 달 이상 늘었는데요. 그만큼 TV 앞에 모일 이유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 회사는 '더 퍼스트룩 서울 2026(The First Look Seoul 2026)'을 열고 2026년형 TV 라인업 전체를 공개했는데요. 마이크로 RGB·OLED·네오 QLED·미니 LED에 이동형 스크린, 스피커까지 총출동했습니다.
이날 내내 반복된 키워드는 하나였는데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용석우 사장은 "인공지능(AI)은 선택이 아니라 기준이 될 것"이라며 올해 자사 TV 99%에 AI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프리미엄만이 아닌 보급형까지 전 라인에 AI를 심겠다는 겁니다.
◇"해설자 소리 꺼줘" 말 한마디로 조종하는 TV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세운 통합 AI 플랫폼은 '비전 AI 컴패니언(Vision AI Companion)'입니다. TV 시청 중 음성 명령만으로 콘텐츠 관련 정보를 바로 꺼내주는 시스템인데요. 빅스비(Bixby)·퍼플렉시티(Perplexity)·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을 모두 탑재해 업계 최다 AI 서비스를 한 TV에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보고 있는 영화 촬영지가 어디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 전적 알려줘"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 TV가 바로 대답하는 식이죠. 새벽에 놓친 경기 하이라이트나 선수 정보도 물어보면 바로 찾아준다고 합니다.
월드컵을 겨냥한 'AI 축구 모드 프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AI가 실시간 경기 장면을 분석해 잔디와 유니폼 색상을 또렷하게 살리고 관중 함성·북소리·해설 사운드도 따로 제어하는 기능인데요.
이는 "해설자 소리 꺼줘" "배경 소리 줄여줘" 같은 말로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마다 고유 주파수를 분리해 선택적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새벽에 아이들 깨울까 봐 볼륨 낮추고 싶을 때도 그냥 말하면 됩니다
◇마이크로 RGB 65형부터…보급형 미니 LED도 등장
지난해 8월 115형 한 모델로 처음 등장했던 '마이크로 RGB' TV가 이번에 대폭 확대됐습니다. 65·75·85·100형으로 라인업을 늘려 대중화에 나서는 건데요. 이는 100㎛ 이하 크기의 RGB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해 색상과 밝기를 정교하게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미니 LED' TV도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QLED 라인업을 사실상 대체하는 포지션으로, 85형 기준 출고가 339만 원(MH80 시리즈)부터 시작해 보급형 수요를 노립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싼 제품이 아니라 미니 LED만의 새 기술을 접목해 기존 QLED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OLED 신제품에는 '플로트 레이어(FloatLayer)' 디자인이 새로 적용됐습니다. 화면이 마치 벽에 걸린 액자처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인데요. 빛 반사를 없애주는 '글레어 프리(Glare Free)' 기술도 SH90까지 확대 적용됐습니다.
'더 프레임' 아트TV에는 98형 초대형 모델이 새로 추가됐고요. 실제 작품 사이즈에 가까운 대화면에 0.9mm 슬림핏 설치가 가능해 인테리어 부담도 줄었다고 합니다.
이동형 스크린 '무빙스타일'은 기존 최대 55형에서 85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는데요. 소상공인 수요를 겨냥해 매장 콘텐츠 관리 솔루션도 하반기 탑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무빙스타일 고객의 약 3분의 1이 소상공인이라고 하네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숙박업이나 한옥 스테이에서는 여러 객실에서 이동형 TV를 번갈아 사용하거나 쿠킹 클래스에서 스크린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매출이 증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적 디자이너 협업 스피커…"거실에서 공연 즐긴다"
신제품 스피커 '뮤직 스튜디오(Music Studio) 7·5'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에르완 부훌렉(Erwan Bouroullec)과의 협업으로 완성됐습니다. 원형 디자인에 전통적인 스피커의 '닷(점)'을 반영해 감각적인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요.
뮤직 스튜디오7은 3.1.1채널로 한 대만 설치해도 좌·우·전방·상방향 4방향 3D 입체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최대 35kHz까지 지원하는 슈퍼트위터도 탑재했고요. 뮤직 스튜디오5는 2.0채널에 삼성 독자 블루투스 코덱 SSC를 통해 24bit·96kHz 고품질 음원을 안정적으로 재생합니다.
플래그십 사운드바 'HW-Q990H'는 TV 대사 소리가 TV 중앙에서 나오는 것처럼 오디오 출력 위치를 재배치하는 '사운드 출력 위치 조정' 기술을 갖췄습니다. TV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Q심포니' 기능으로는 최대 5대의 사운드바·와이파이 스피커를 조합해 풍부한 음향을 구성할 수 있다고 하고요.
◇신혼부부 집중 공략…"TV는 구독으로 사는 게 베스트"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 고객을 위한 전략도 따로 챙겼습니다. 'AI 구독클럽'을 통해 마이크로 RGB 85형을 월 5만 원대에 구독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총 구독료 일부를 선납하면 추가 4% 할인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총괄 임성택 부사장은 "TV는 구독으로 사는 게 베스트"라고 직접 말하기도 했는데요. 카드사·은행 제휴 캐시백 혜택까지 더하면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혼수 시장도 겨냥했습니다. 신혼부부를 올해 주요 타깃으로 삼고 구독 혜택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벽에 구멍을 내지 않는 '무타공 설치 서비스'와 비내력 벽 설치 서비스도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삼성 TV 플러스도 강화됐습니다. 현재 전 세계 1억 대 이상 TV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뮤지컬 '영웅' '사랑의 불시착' 공연, RIIZE·NCT WISH 등 SM아티스트 콘서트를 매달 새롭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구글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3D 오디오 기술 '이클립사 오디오(ECLIPSA AUDIO)'도 지원하고요.
한편, 이번 자리에서는 중국 TV업체의 출하량 추격과 소니·TCL 합작법인 출범 등 녹록지 않은 환경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용 사장은 "소니 전체 출하량은 우리 10분의 1 수준"이라며 중국 AI TV와의 차이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AI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답했습니다.
올해 처음 보급형까지 AI를 심은 삼성전자. 월드컵이라는 호재까지 등에 업고 'AI TV 대중화 원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