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E 산업]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이 한 차례 더 연장됐다. 단기 유동성이 임계 상황에 진입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한 만큼 메리츠의 결단이 회생 향방을 가를 변수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법원장 정준영)는 30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을 기존 5월 4일에서 7월 3일까지 약 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3일 1차에 이은 두 번째 연장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은 회생절차 시작 결정일로부터 최대 1년이며, 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법원 판단에 따라 최대 6개월까지 추가 연장 가능하다.
'숨 쉴 여지' 법원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
재판부는 홈플러스 슈퍼마켓 사업부문(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와의 양수도계약 체결을 앞둬 일정 기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계약 체결 이후 추가 긴급운영자금(DIP, Debtor In Possession) 파이낸싱으로 구조혁신과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려는 관리인 측 계획도 감안했다.
이달 내 양수도계약 체결과 계약금 납부, 오는 6월 중 잔금 납부 및 계약 종결이 예정된 상황으로, 법원이 사실상 매각 마무리와 후속 자금 조달까지 이어갈 시간을 준 것.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 본입찰을 마감하고, 같은 날 하림그룹 계열사 NS쇼핑(NS홈쇼핑 운영사)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림지주가 NS쇼핑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알려진 매각가는 2000억 원대다. 당초 1조 원 수준이 거론됐으나 유력 후보들의 이탈 이후 눈높이가 낮아졌다.
NS쇼핑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입장문에서 식품 전문성과 유통 역량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제언했다.
중소 식품 협력사에 오프라인 매장 판로 확대 기회를 제공하고, 기존 익스프레스 입점 협력사에는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새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첨언도 보탰다. NS쇼핑은 과거 기업형 슈퍼마켓(SSM) 'NS마트'를 운영하다가 2012년 이마트에 매각한 바 있다.
DIP 1000억 소진·4월 급여 체납…사실상 유일한 동아줄 '메리츠'
문제는 다시 돈이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는 3000억 원 규모 DIP 조달이 명시됐으나, 현재까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집행한 1000억 원만 공급됐고 이마저도 미지급 물품대금과 임금 지급으로 모두 소진한데다가 4월분 급여까지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14개월이 넘는 장기 회생절차로 상품공급 차질과 매출 감소가 누적되면서 월평균 매출은 평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와중에 매각대금이 들어오기까지의 자금 공백은 공포 그 자체다. 홈플러스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은 회생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했지만 실질적인 회생 지속 여부는 단기 유동성 확보에 달렸다며 메리츠금융의 도움을 바랐다.
현 시점에서 대규모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주체라는 점도 명확히 언급했다. 사실상 메리츠금융이 현금화 가능한 홈플러스 부동산의 전부를 신탁방식으로 담보 설정한 상태라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다.
또한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회수가 예정된 상황에서 브릿지론과 DIP 금융은 회생절차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금융조치라며 메리츠금융이 회수 가능성, 회생가치를 함께 고려한 전향적 결정을 신속히 내려달라고도 요청했다.
메리츠금융이 2000억 원 규모 DIP 대출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이를 파악한 홈플러스 노조는 압박에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이달 24일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어 "메리츠금융이 회생 절차와 관련해 채권 회수에만 집중하면 기업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며 "회생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기 채권 회수에 집중할지 아니면 회생가치를 따져 고용·협력업체 생태계 유지를 도모할지, 어느 쪽이든 난감한 선택을 해야 할 메리츠금융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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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 파이낸싱은 기업회생절차 중인 기업에 신규로 제공되는 특수 대출. 회생기업은 신용도가 낮아 일반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DIP는 회생절차 내에서 최우선 변제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자금 공급. 회생기업이 영업을 이어가며 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금융 수단으로, 통상 대주주나 기존 채권자가 추가 자금을 투입하거나 신규 금융기관이 참여.
브릿지론(Bridge Loan)은 매각 대금 유입이나 장기 자금 조달이 완료될 때까지의 자금 공백을 일시적으로 메우기 위한 단기 대출. 단어 그대로 '다리(bridge)' 역할을 하는 자금이며 본 자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일시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용도. 두 금융 수단 모두 위험도가 높은 만큼 일반 대출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