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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봐라] "군체,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 AI시대서 연상호가 찾은 인간다움

 

이달 21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새 좀비 영화 '군체(群體, 단일 개체가 아닌 여러 개체가 모여 이루는 집합체를 뜻하는 단어)'가 예매량 20만 장을 돌파하며 흥행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군체는 정체불명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인데요.

 

지난 2016년 1000만 관객을 넘긴 '부산행'부터 2020년 '반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좀비 시리즈로 찾아온 연상호 감독은 군체에 대해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언급했습니다.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군체 기자간담회에는 칸 영화제에서 7분간 기립박수를 받고 돌아온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함께했습니다.

 

 

군체 속 좀비는 기존 우리에게 익숙한 감염자가 아닙니다. 생각할 수 있는 데다, 다른 감염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점점 고도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이들 좀비는 후반부에서 인간의 언어까지 구사하죠.

 

늘 휴머니즘과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고민했던 연 감독은 이런 좀비의 형태를 인공지능(AI)에서 떠올렸습니다. AI가 구동되는 원리가 재밌어서 파다 보니, 보편적인 사고의 총합이 세질수록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진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는 연 감독은 AI가 발달한 시대에서 가장 인간다운 건 '개별성'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생명공학자 권세정 역을 맡은 전지현 씨도 "군체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동시적인 연결성"이라며 "기존 좀비는 개별적으로 통제 불능한 상태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네트워크로 실시간 진화하고 큰 덩어리로 움직이는 게 차별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제작한 부산행과 반도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부산행과 반도가 각각 기차와 반도라는 공간에 집중했다면, 군체는 좀비라는 존재 자체를 정면으로 살핀 것이죠.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는 집단지성 갖고 있는 좀비와 인간의 대결"이라며 "영화 초반 속 좀비는 아주 원시적인 상태지만 '집단지성'의 힘으로 급격하게 진화하는 반면, 인간 쪽도 집단지성을 사용함에도 퇴화한다"고 부연하고요.

 

이렇게 진화하는 좀비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스턴트맨과 브레이크 댄서팀 외에 현대무용팀을 세 팀이나 따로 섭외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상상으로만 있던 좀비를 완성한 기분이었다네요.

 

군체 캐릭터들의 설정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세정은 과감한 액션보다는 감염자들의 진화 패턴을 읽고 룰을 파악하는 인물이죠. 연 감독이 전지현 씨의 클로즈업을 유독 많이 쓴 이유도 여기 있었습니다. 그는 "이 영화는 룰이 계속 바뀌는데, 관객이 그 룰을 놓치면 흥미를 잃는다"며 "매번 새로운 룰을 깨닫는 세정의 얼굴을 문장의 마침표나 쉼표처럼 반복적으로 넣었다"고 답했습니다.

 

 

구교환 씨가 열연한 서영철은 과거 바이오 기업에 근무했던 천재 생물학자로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갈망하는 인물입니다. 빌딩 안 감염 사태 중심에 있는 그는 좀비들과 동선으로 연결되는, 일반적인 빌런과는 결이 다르죠.

 

그는 "아이들(좀비무리)의 동선과 직접 연결되는 서영철 연기를 하면서 100여 명이 한꺼번에 연기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좀비 배우들의 움직임을 먼저 보고 영감을 받아 연기하거나 내가 연기한 뒤 가이드를 부탁하는 등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극 중 최현석(지창욱 扮)과 최현희(김신록 扮)의 관계 역시 돋보입니다. 현석이 하반신 마비인 현희를 업고 이동하는 장면이 영화 거의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데요.

 

이에 대해 김신록 씨는 "현이는 현석의 누나이자 장애인인데 전사에서 언급되지 않아도 이 남매의 정서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고민했다"며 "내내 신체적으로 가깝게 붙어있다 보니 친밀성이 직간접적으로 표현됐다"고 응대했습니다. 지창욱 씨 역시 촬영 내내 붙어있다 보니 오히려 의지하고 힘이 났다고 말을 보탰고요.

 

 

신현빈 씨가 맡은 공설희는 세정의 전 남편인 한규성(고수 扮) 현 아내이자 또 다른 생명공학자입니다. 통상 전처·현처 구도와 달리,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죠.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가장 같은 걸 원했던 사람들'이라는 신현빈 씨의 설명이 인물 관계를 단번에 정리해 줬습니다.

 

군집 형태의 생명체들은 항상 변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이는 약점이 생기면 전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다른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 것이고요. 연 감독은 이런 생명체의 특성이 사회가 하나의 의견으로 쏠릴 때도 소수 의견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맞닿았다고 짚었습니다.

 

엔딩 역시 그런 의미로 넣었다고 하네요. 늘 장르물로 시대를 읽어온 연상호 감독이 이번엔 AI 시대 속 인간의 개별성을 묻고자 합니다.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군체는 내일(21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