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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씨 이야기] 징크스 넘은 연상호 '군체' 호불호 관전 포인트는?

'영화를 좋아하는 김경의 화·네필 관련 이모저모 이야기'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주의)

 

연상호 감독하면 대다수 사람이 떠올리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한 작품이 잘 되면 다음 작품은 그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인데요. '부산행' 이후 '염력'과 '반도'에 이어 넷플릭스 콘텐츠 '선산'. 더 말을 얹지 않아도 아시겠죠. 그렇다 보니 지난해 개봉한 '얼굴'이 소소하게 흥행하면서 올해 군체를 걱정하는 시선도 없지 않았고요.

 

저도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앉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짚을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극히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몇 가지 저의 호불호 포인트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좋았던 점은 영화 속 감염체입니다. 군집 형태의 생명체가 모티프(motif)인데, 황색망사점균과 같은 점액질을 통해 집단으로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진화합니다.

 

초반엔 간판 속 이미지와 사람을 구별 못 하던 이들은 점차 사람을 식별하고 생존자의 행동을 따라 하더니, 나중엔 언어까지 구사합니다. 이런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끝까지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고요. 현대무용팀 세 팀을 따로 고용해 완성한 감염체의 군무와 움직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볼거리입니다.

 

속도감도 넘쳐서 10분 만에 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30분 안에 주요 인물들이 모두 얽히죠. 인간 쪽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감염체는 집단지성으로 점점 진화하는데, 정작 같은 집단지성을 쓰는 인간은 결국 이기적인 개인주의 탓에 퇴화합니다. 인간보다 감염체가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구조죠.

 

 

서영철(구교환 扮)도 꽤 인상적인 빌런입니다. 단순히 악당으로 군림하기보다 머리를 씁니다. 자신이 백신이라고 공표해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을 밖으로 내보내게끔 유도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미친X(긍정적 의미)' 같다고 내적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럼에도 허술했던 부분이 몇몇 보였습니다. 사실상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던 감염체가 후반부에 '옷 하나'로 허무하게 무너집니다.

 

최현석(지창욱 扮)이 건물 안에서 싸울 때 최현석 옷에 잔뜩 묻은 점액질 탓인지, 감염체가 그를 공격하지 않는 걸 목격한 권세정(전지현 扮)은 감염체 옷을 입고 탈출하죠.

 

 

그 옷 때문에 감염체 무리에서는 '앤트밀(선발 개미의 정보 교류의 오류로 수천 마리 개미무리가 끝없이 원을 그리는 현상)'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퇴화하더니 서영철이 죽게 되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특히 서영철은 감염체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었는데, 그 옷에 대한 정보는 왜 몰랐을까요. 납득이 쉽지 않았습니다.

 

 

민폐 캐릭터 문제도 짚고 싶습니다. 학생 이소은(이담희 扮)을 수년째 괴롭히는 일진 여학우는 영화의 3분의 2지점까지 살아남아 전형적인 재난물 민폐를 일으킵니다. 이름도 없는 이 캐릭터가 굳이 생존자 무리에 포함돼야 했는지, 그리고 민폐 캐릭터는 남녀가 같이 존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서영철이 이 모든 걸 벌이게 된 계기도 다소 약합니다. 대학교수였던 아버지 서경석이 연구비 착취 의혹으로 자살 전, 자신을 고발한 권세정을 향해 소통 부족을 호소했는데요. 그걸 본 서영철은 복수를 계획했다는 설정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갈망한다는 거대한 야망의 출발점치고는 조금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군체는 충분히 재밌는 영화입니다. 곳곳 빈틈들이 영화를 즐기는 걸 방해할 만큼 크지는 않았거든요. 독특한 좀비 설정과 속도감,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개별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연상호 감독 특유의 질문이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