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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지주 무작위 앨범 소개] Fog of War 'Fog of War'

[악(樂)덕(후) 지주(극히 관적인) 무작위 앨범 소개] 스물네 번째는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니시아(Benicia)에서 스래시의 원형을 갈망하던 호쾌한 젊은이들이 뭉친 크로스오버 스래시 밴드 Fog of War(포그 오브 워)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 'Fog of War'.

 

워낙 오래돼 얼핏이라도 들어본 분들이 많을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은 1980년대 초중반 미국과 유럽에서 탄생한 익스트림 메탈의 초석 같은 장르로 헤비메탈의 공격성을 하드코어 펑크의 골격에 맞춰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유명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Metallica(메탈리카)와 Megadeth(메가데스), Slayer(슬레이어), Anthrax(앤스랙스) 같은 밴드들이 스래시 메탈의 시조 격으로 2000년대 중반, 이 장르를 향한 향수와 열정이 이른바 '스래시 리바이벌(Thrash Revival)'이라는 흐름을 타고 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살짝 흘러 새 세대의 밴드들이 1980년대 올드스쿨 스래시의 정신을 부활시키겠다며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는데 포그 오브 워도 그 파동을 일으킨 밴드죠. 

 

이들이 규합한 베니시아는 샌프란시스코 만(灣, Bay) 북동쪽에 자리한 작은 도시로 당시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는 Exodus(엑소더스), Testament(테스타먼트), Vio-lence(바이어런스) 등 스래시 메탈 최고 레벨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그 오브 워는 같은 베이 에어리어 출신이면서도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트코스트 스래시보다 이스트코스트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Nuclear Assault(뉴클리어 어설트), Anthrax의 올드스쿨 스래시에 Discharge(디스차지), Cro-Mags(크로매그스) 등 하드코어 펑크의 러프함을 뒤섞은 사운드로 밴드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해체된 로컬 스래시 밴드 C.H.U.D. Crusher와 Demilitia의 잔해를 헤치고 뭉친 초기 멤버는 보컬이자 리듬기타를 맡은 조시 '모시' 브래넘(Josh 'Mosh' Branum)과 리드기타에 '럼버잭' 존 프라이먼('Lumberjack' Jon Fryman), 베이시스트 조 오터리(Joe Orterry), 드러머 맷 오코넬(Matt O'Connell)이었습니다.

 

여기에 2006년쯤 리드기타의 알렉스 '윙크' 윙클리(Alex 'Wink' Winkley)가 합류하면서 기타가 두 자루로 늘었고요. 참고로 윙크는 이 앨범에서 1, 2, 4번 트랙의 리드기타를 맡고 나머지 3번과 5~10번 트랙은 럼버잭 존 프라이먼이 담당하는 분업 체제를 취했습니다.

 

밴드명 '전장의 안개(Fog of War)'는 프로이센의 군사 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가 그의 저서 '전쟁론'에 기반을 둔 군사 용어인데 전장에서 지휘관이 적 위치, 아군 상태, 전황 전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핵전쟁, 죽음, 폭력 등 스래시 그 자체를 읊는 밴드의 세계관에 부합하죠.

 

모시 브래넘의 보컬은 80년대 후반 하드코어 펑크에 성대를 맞춘 샤우팅 스타일로 슬레이어의 보컬 Tom Araya(톰 아라야)식 하이 피치 스크림이 곡 전개를 시작하고 곧장 거친 샤우팅 전환이 이어지는 패턴입니다. 뉴클리어 어설트와 앤스랙스를 연상시키는 갱 보컬(Gang Vocal)이 곳곳에서 터지며 에너지를 충전하다가 다시 터뜨리고요.

 

이 앨범의 가장 큰 무기인 기타 워크는 종종 2분 이내 짧은 곡에 단순 리프를 반복하는 데 그치는 스래시 리바이벌 밴드들과 달리 두 기타리스트의 적절한 협주를 위시한 올드스쿨의 거침없는 리프 위에 상당 수준의 기타 솔로를 현으로 내뱉습니다. Exodus의 깎는 리프와 Vio-lence의 기술적 리드 라인을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크로스오버의 거친 질감을 유지하죠.

 

베이시스트 조 오터리의 존재감을 무시하면 앨범 감상 후 자신을 혼낼 수도 있습니다. Overkill(오버킬)의 D.D. Verni(D.D. 버니)를 떠올리게 하는 펑키하고 적극적인 베이스 라인이 믹스 전면에서 꿈틀대다가 M.C.T.에서는 아예 베이스 솔로까지 들려주죠. 이 앨범에서 균등함이 더할 나위 없는 맷 오코넬의 드러밍은 스래시의 직선적 질주와 하드코어의 거친 비트를 과부족 없이 오갑니다.

 

2009년 10월 10일 자체 발매한 데뷔 앨범은 이후 Stormspell Records에서 2011년 7월 11일 새 커버아트를 씌워 Fog of War 클래식 버전과 'Six-Packin' Heat Demo '05, Drunk Song Demo '05까지 보너스 트랙 세 곡을 더해 500장 한정판으로 재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총 재생시간 41분 4초, 치우치지 않은 묵직함을 솔직하게 전하는 열 곡을 살피며 이번 편 마칩니다. 추천곡은 유튜브로 연결되는 'Taking Over'입니다.

 

 

두들두들 기타 피킹과 청량한 느낌의 베이스 인트로에 이어 곧장 Iron Maiden(아이언 메이든)의 미발표곡 느낌처럼 내달리는 타이틀 트랙 'Fog of War'는 리드기타의 번뜩이는 프레이즈가 합류하면서 앨범의 전체를 설명하죠.

 

모시 브래넘의 하이 피치 스크림이 선언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스래시 리프가 뒤를 밀어붙이며 전쟁과 미국 정치의 잔혹함을 직설적인 가사를 통해 전달합니다.

 

앨범에서 두 번째 긴 곡인 'Death Penalty'는 박자를 나눈 빌드업이 층층을 쌓다가 폭발하는 구성이죠. 절(Verse) 외에는 두드러지는 코러스 없이 진행하는 구조로 더욱 심플함을 주다가 중간 브릿지 섹션의 현란한 리드기타를 넣어 단조로움을 상쇄합니다. 내려놓듯 끝나는 곡 마감처럼 계산적 논리를 내세워 사형을 선고하는 미국 사법 체계를 냉소적으로 비판하고요.

 

앨범에서 가장 화려한 기타 워크를 들려주는 3번 트랙 'Enforcer'는 럼버잭 존 프라이먼의 프렛보드 제압에 청각이 스스로 집중합니다. 미드 템포 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멜로딕 라인과 성냥을 긋는 듯한 솔로가 매력적이죠.

 

동류의 앨범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솔로 트랙이며 가사는 태양보다 밝은 불길로 대지를 태우고 남은 것을 쌓아 '닿 닿 닿' 불태우는 종말론적인 파괴와 심판을 다뤘습니다.

 

이어지는 곡 'Kills on Contact'은 살짝 메가데스가 연상되는 스래시 리프와 갱 보컬의 조합을 내세운 트랙이며 선행 트랙들의 맹공을 이어가면서 모시를 위한 그루브까지 잡고 있죠. 앨범에서 가사 구조가 가장 뚜렷한 곡으로 SF호러 색채를 띱니다. 과학자들이 곤충과 화학물질로 불법 실험을 하다가 우리가 열려 공포스러운 미지의 존재가 탈출하는 내용이고요.

 

앨범에서 가장 짧은 다섯 번째 트랙 'M.O.S.H.'는 제목 그대로 시작부터 보컬리스트 모시 전용 곡입니다. Exodus에 대한 직접적 오마주라고 할 만큼 톱질하는 리프와 절규하는 솔로가 2분 33초를 숨 가쁘게 채우죠. 스래시 메탈 찬가로 수년간 침묵을 깨고 스래시 어설트가 귀를 맹공한다는 시원한 가사입니다.

 

6번 곡 'Six-Packin' Heat'은 앨범이 전통적 크로스오버 영역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이죠. 후기 Suicidal Tendencies(수어사이덜 텐던시스)와 후기 Death Angel(데스 엔젤)가 떠오르는 펑키한 베이스 라인이 전면에 나서 앨범에 색다른 질감을 입힙니다. 메탈은 아직 죽지 않았고 리스너들은 거짓말 속에 산다면서 시원한 욕설과 함께 메탈 전사를 자처하죠.

 

6번 트랙과 곧장 이어지는 7번 곡 'M.C.T.'는 조 오터리의 베이스를 가장 둥둥 띄워줍니다. 베이스 솔로를 포함한 적극적인 연주가 인상적이며 속절없이 들을 수밖에 없는 그루브에서 블래스트 비트 구간까지 자유롭게 넘나들죠.

 

라이브 현장의 체험을 노래한 곡으로 맥주 캔을 들고 공연장에 도착해 걱정 다 날리면서 공연장에 몰입하는 개인적이고도 유머러스한 가사입니다.

 

여덟 번째 곡 'Blood of a Thousand Sons'는 짧고 밀도 높은 트랙으로 천 명의 아들들의 피라는 제목에 걸맞은 스래시의 분노를 응축했죠. 곡 전체를 관통하는 리프의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며 닫힌 문 뒤에서 계획되는 대량 살육, 볼 수 없는 새 세계 등 전쟁의 정치적 배후를 고발합니다.

 

크로스오버 스래시의 하드코어 뿌리를 가장 단단하게 박은 아홉 번째 트랙 'Taking Over'는 Discharge의 영향력이 엿보입니다. 죽을 때까지 스래싱하며 메탈에 인생을 바치겠다는 자전적 선언의 곡으로 곡명은 Overkill의 동명 앨범에 대한 오마주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 트랙 'D.O.A.'는 앨범에서 가장 긴 6분 47초로 앨범의 결산이자 종합 선물세트 같은 곡입니다. 앞선 아홉 곡에서 보여준 스래시와 크로스오버의 질주, 화려한 기타 솔로를 총동원해 피날레를 장식하죠.

 

긴 러닝타임에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구성력으로 밴드의 역량을 보여주는 이 곡은 악마가 보낸 무리가 원죄를 저지르고 땅이 갈라지며 지옥이 깨어나는 종말론적 서사를 풀어냅니다.

 

Fog of War 4 : 01


Death Penalty           5:08


Enforcer           3:55


Kills on Contact           4:23


M.O.S.H.           2:33


Six-Packin' Heat           2:40


M.C.T.           4:59


Blood of a Thousand Sons           3:19


Taking Over           3:19


D.O.A.           6:47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