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것봐라] 홀란 머리끈 만든 두지…제 이름 찾을 여지

 

우리에겐 여러모로 아쉽게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이지만 노르웨이는 달랐죠. 이 나라를 사상 첫 8강에 올린 '우주미남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은 경기마다 유니폼 색에 맞춰 머리끈 색을 바꿔 묶는 '톤온톤(Tone on Tone)'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머리끈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크네키(KKNEKKI)’죠. 만든 곳은 경남 함양 출신 조현태 회장이 이끄는 강원 춘천의 헤어타이 제조기업 ㈜두지입니다. 조 회장이 지난 1987년 개발했고 브랜드명 '끄네끼'도 끈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에서 따왔다네요.

 

연구실에서 뚝딱 나온 게 아니라 조 회장이 직접 머리를 길러가며 수많은 시제품을 써보고 고친 결과물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으로, 홀란이 착용한 제품은 두지가 40년간 개발한 2600여 종 가운데 354번째 모델 'KHR-354'랍니다.

 

 

춘천 기업의 머리끈이 홀란의 머리로 올라갈 수 있던 이유는 두지가 2015년 노르웨이 가족기업 본뎁(Bon Dep)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유럽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인데요. 비록 2023년 글로벌 상표권을 넘겼지만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핵심 기술과 독점 생산권은 여전히 두지 소유입니다.

 

지금도 춘천에 본사와 공장을 둔 두지가 국내외 자체 생산거점에서 독점 생산해 본뎁에 공급하죠. 이렇게 홀란이 묶은 그 머리끈은 지금도 우리 기업에서 만들지만…

 

크네키 공식 홈페이지(https://kknekki.com/)의 회사 소개를 보면 1987년 한국에서 창업했다는 문구가 있지만 다음 내용이 눈길을 멈추게 합니다. 한국 헤어케어의 유산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결합했다는 설명은 있지만 '오늘날 크네키는 노르웨이 가족기업이 소유하고, 디자인하고, 운영한다'는 문구 외에 두지와 조현태 회장, 춘천 본사 등 제품을 만든 우리나라 측 주체는 보이지 않죠.

 

전 세계 약 6000개 매장, 대부분 유럽에 깔린 이 브랜드를 소비자들은 여전히 북유럽 감성으로 접합니다. 또 홈페이지 대문 문구 중 'The Authentic Original, Est. 1987(진짜 원조, 1987년부터)'라는 표기도 묘하게 읽히죠.

 

오래된 원조와 전통을 앞세우는 올해의 소비 키워드 ‘근본이즘’이 떠오릅니다. 크네키는 ‘1987 한국’이라는 헤리티지는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그 역사를 만들고 지금도 독점 생산하는 두지의 이름은 흐릿한 채입니다.

 

크네키 홈페이지에서 한국은 창업지와 헤어케어 유산으로 남았을 뿐, 현재형의 제조 주체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두지가 생산 중이라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죠. -햇살이 따가워 더욱 열을 받았는지 재차 강조하게 되네요-

 

지난달 13일 국내 경제신문인 아주경제에 실린 끄네끼 관련 기사에는 "많은 분들이 끄네끼를 알지만, 그 제품을 처음 개발하고 지금도 생산하는 기업이 대한민국 ㈜두지라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으면 한다"는 조 회장의 바람이 실렸습니다.

 

이제 많은 나라가 알게 된 브랜드의 원조가 스스로 원조를 알려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지만 두지는 다시 힘을 내고 있죠. 40년 기술을 모은 차세대 프리미엄 헤어타이 '졸라메'의 글로벌 성공을 노리는 두지가 이번엔 제대로 세계만방에 자기 이름을 알렸으면 합니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