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난히 모기가 안 보인다 싶으셨죠? 착각이 아니라 초여름만 해도 모기는 평년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질병관리청 감시 통계를 확인하면 지난 6월 말 모기 지수는 채집기 한 대가 하루 잡은 수 기준 119.1마리까지 치솟아 전년 같은 시기의 두 배를 넘었죠. 봄부터 따뜻한 날이 이어지며 모기가 일찍 깨어난 겁니다.
그런데 7월 말, 40도에 육박한 폭염이 판을 뒤집었죠. 한 달 사이 모기 지수는 39.6마리까지 떨어지며 대략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너무 더우면 사람만 지치는 게 아니라 모기도 활동을 접는 거죠. 다만 더위가 한풀 꺾이고 비가 더 내리는 이달 말부터 9월까지, 숨었던 모기가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전망입니다.
문제는 이 늦여름 모기가 단순히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거죠. 질병관리청은 6월 17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내린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말라리아 경보까지 전국으로 끌어올렸는데요.
두 감염병 경보를 동시에 발령할 만큼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일본뇌염 환자는 대개 8~9월에 첫 신고가 나오고 국내 말라리아도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집니다. 모기가 잠깐 자취를 감췄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모기향이 바로 떠오르는 이유
매년 여름이면 집집마다 모기 퇴치 용품을 챙깁니다. 요즘은 전자매트, 액상 훈증기, 손목 밴드까지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죠. 그런데도 모기 쫓는 물건이라고 하면 여전히 두 가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뿌리는 스프레이, 그리고 연기를 피우는 나선형 모기향.
스프레이가 급할 때 손이 가는 즉효약이라면 모기향은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마루 끝에 하나 피워두면 천천히 타들어가는 그 모양과 냄새가 여름밤의 한 장면처럼 각인돼 있죠. 스프레이엔 없는 정서를 느끼게 하는 이 초록 나선은 대체 언제, 왜 이런 모양이 됐을까요?

모기향의 뿌리는 감귤밭입니다. 1885년 일본 기슈(지금 와카야마)에서 생업인 감귤 재배에 그치지 않고 수출을 궁리하던 우에야마 에이이치로는 이듬해 미국의 종묘상에게서 답례로 씨앗 한 봉지를 받게 됩니다. 흰 마거리트를 닮은 국화과 식물인 제충국(除虫菊)이라는 꽃에는 벌레 퇴치 성분이 있었던 거죠.
처음엔 서구처럼 말린 꽃을 빻아 가루 형태로 쓰던 우에야마는 불단에 피우는 향에서 힌트를 얻어 1890년 제충국 가루를 반죽해 막대 모양 모기향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지속 시간이었죠. 이 막대형은 다 타는 데 40분 남짓이라 하룻밤을 나기엔 턱없이 짧았습니다.
세계의 여름을 지킨 초록 나선
돌파구는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었죠. 우에야마가 오래 타는 방법을 붙들고 씨름하던 무렵, 아내 유키가 둘둘 말아 나선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겁니다. 향을 길게 늘여 소용돌이 모양으로 감으니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도 타는 시간이 훌쩍 늘었죠.
1895년, 그렇게 감아 만든 시제품에서 오늘의 나선형 모기향이 탄생했습니다. 하나를 피우면 사람이 잠든 사이인 예닐곱 시간을 버티게 됐죠.
제충국을 실마리로 시작된 이 발명은 곧 국경을 넘었습니다. 우에야마는 제충국 재배를 널리 퍼뜨렸고 일본은 훗날 제충국 최대 수출 국가가 됐죠. 나선형 모기향은 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퍼지며 말라리아와 뎅기열이 기승을 부리던 지역에서 사람 목숨을 지키는 초록 소용돌이로 거듭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발명의 순서죠. 영국 의사 로널드 로스가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는 사실을 밝힌 게 1897년이지만 모기향은 그보다 앞서 세상에 나왔죠. 모기가 왜 위험한지 과학이 밝히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그 연기로 모기를 쫓고 있던 겁니다.
올여름 잠시 모기가 뜸했던 건 폭염이 부린 짧은 변덕이었을 뿐, 늦여름의 습한 밤이면 그 익숙한 소리는 다시 귓가로 돌아오고 누군가는 모기향을 찾을 테죠. 마루 끝에 피워 올리는 한 줄기 연기에는 130여 년 전 감귤밭에서 시작돼 한 부부의 손을 거쳐 세계로 퍼진 긴 얘기도 함께 퍼질 테고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