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사회] 무려 4.3톤. 여행용 가방과 기내 수하물에 나뉘어 6개월간 국내로 들어온 베트남산 과채류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검역본부)가 2일 공개한 수입 금지 식물 불법 수입·유통 조직 적발 결과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일 배포한 '수입 금지 식물 4.3톤, 조직적 불법 수입·유통 일당 적발'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보면 검역본부는 식물방역법상 수입이 금지된 베트남산 생과실과 열매채소류를 불법 수입해 국내에 유통한 일당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유통을 주도한 베트남인과 베트남 귀화인 2명을 검찰에 송치했는데 이들은 수입·도매·소매로 역할을 나눠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캐리어에 나눠 실린 4.3톤
수법은 조직적이었다. 검역본부 특별사법경찰관 수사 내용대로라면 수입책 A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여행객, 이른바 '포터'를 모아 금지품을 여행 가방과 기내 수하물에 나눠 들여오게 했다.
이를 넘겨받은 도매인 B는 소매인 C 등을 모집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금지품 사진과 가격을 공유했다. 소매인들은 각자의 SNS에서 개인 소비자에게 팔고 도매인에게서 수수료를 받았다.
꼬리를 잡은 건 온라인 단속이었다. 검역본부는 농산물 온라인 감시 과정에서 반복되는 금지품 판매 정황 포착 후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계좌 추적으로 수입부터 판매까지 경로를 짚었다. 지난 2024년 12월부터 작년 5월까지 약 6개월간 들여온 물량은 구아바와 롱간, 람부탄 등 생과실과 생고추 등 열매채소류를 합쳐 약 4300㎏이었다.
이들 과채류가 금지품인 이유는 과실파리 등의 검역병해충이 생과실에 숨어 들어오면 국내 과수원과 밭을 초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역본부가 공항에서 신고 없이 반입된 망고·포도 등 수입 금지 농산물을 발견 즉시 분쇄·폐기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수입만 처벌하던 법, 12월엔 유통까지
이번 사건에는 제도의 빈틈이 겹쳐 있다. 현행 식물방역법은 금지품을 불법으로 들여온 수입자만 처벌한다. 검역을 받지 않고 금지품을 수입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이를 넘겨받아 팔거나 옮기고 보관한 유통 단계는 처벌 근거가 없었다. 검역본부가 도매인 B와 소매인 C를 유통이 아니라 직접 수입에 가담한 혐의로 묶어 송치한 배경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6월 16일 공포한 개정 식물방역법이 6개월 유예를 거쳐 오는 12월 17일 시행돼 빈틈을 채우게 된다. 개정법은 불법 수입된 금지품을 양도·유통하거나 유통 목적으로 보관·운반한 사람도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국제우편이나 탁송품으로 검역 대상 식물을 들여올 때 겉면과 상업서류에 품명을 정확히 적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도 물린다. 검역본부는 동식물 검역 수사를 전담할 광역수사대 신설도 추진 중이다.
문 앞에서 막는 해외 국가들
일부 수입국들은 유통 이전, 여행객이 문을 넘는 단계부터 조인다. 뉴질랜드 여행자 반입 규정에 따르면 이 나라는 생과일 반입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신고하지 않은 위험 물품이 적발되면 실수라도 즉시 400뉴질랜드달러(약 32만 원)의 벌금을 납부토록 한다.
고의로 금지·위험 물품을 숨겨 들여오는 경우 최대 10만 뉴질랜드달러(약 8014만 원)의 벌금이나 징역 5년까지 감수해야 한다. 호주 농무부(DAFF)도 미신고 등 검역 위반에 공항에서 최소 728호주달러(약 71만 원)의 과태료를 매길 수 있으며, 생과일·생채소 같은 고위험 품목을 신고하지 않으면 2184호주달러(약 214만 원)를 부과한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판매와 유통을 단속 대상에 넣어 한계가 뚜렷한 사후 적발 대책 보완에 나섰다. 연말 유통죄 신설로 뒷문은 좁아지지만 애초에 공항에서 거르는 억지력에 여행객 스스로의 경각심을 보태야 4.3톤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여행 가방 하나가 과수원 전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머리에 새길 때다.
불법 수입 금지품이 해외 병해충의 국내 유입으로 이어져 자연환경과 농업·농촌 경제, 국민 먹거리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불법 수입·유통을 철저히 수사해 건전한 검역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게 최정록 검역본부장의 역설이다.
/이슈에디코 정금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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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산 과일·채소·종자·묘목 등 모든 식물류는 입국 시 반드시 신고 후 검역을 받아야 하며, 미신고 시 과태료가 부과되고 해당 식물 폐기. 개인이 먹으려고 소량 가져온 경우도 신고 대상. 망고·파파야·포도·오렌지 등 상당수 생과실은 병해충 우려로 여행객 휴대 반입 자체 금지.
반입 가능 여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https://www.qia.go.kr/listindexWebAction.do)에서 확인하거나 전화(054-912-1000)로 문의 가능. 오는 12월 17일부터는 불법 수입된 금지품을 팔거나 넘기고, 유통 목적으로 보관·운반해도 처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온라인에서 정식 검역을 거치지 않은 수입 과일을 판매·양도하거나 유통 목적으로 보관·운반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라 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