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뉴스] "레몬주스를 뿌렸는데…" 용맹함을 부르는 무지

2018.06.25 09:52:26

 

 

[IE Info] 1995년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은행 두 곳에서 돈을 훔쳐 달아가던 은행털이범 맥아더 휠러(McAther Wheeler). 그가 한 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히고만 이유가 뭘까요?

 

레몬주스로 글을 쓰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열을 가했을 때 드러납니다. 맥아더 휠러는 똑똑하게도(?) 이 과학 상식을 은행털이에 접목시켰습니다. 레몬주스를 투명 잉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레몬주스를 바르면 얼굴이 투명해져 화면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서 그는 레몬주스를 바른 얼굴을 하나도 가리지 않고 은행을 털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그의 맨 얼굴을 CCTV에서 확인해 그를 한 시간만에 추적할 수 있었죠. 체포당한 그에게 경찰이 CCTV영상을 보여줬더니 그는 깜짝 놀라며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레몬주스를 뿌렸는데…"

 

맥아더 휠러의 레몬주스 사건에 영감을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코넬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이었죠. 그는 당시 대학원생이던 저스틴 크루거와 함께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코넬 대학 학부생 45명에게 20가지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른 후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평균 점수 하위 12%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논리적 추론 능력이 상위 32%에 속한다고 답한 것이죠.

 

이렇듯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등수를 높게 평가하는, 흔히 말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라고 합니다. 무지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갖게 한다는 것이죠.

 

반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결함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의 실력을 과소평가하고 자신감을 상실하게 됩니다. 학창시절, 시험을 본 후 "나 이번 시험 진짜 망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학생들이 있었죠? 사실 그들은 항상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었죠. 반대로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들이 "나 이번 시험 잘 본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무지에서 나오는 자신감, 더닝 크루거 효과가 사회에 적용된다면 어떨까요? 근자감에 도취해 아집에 찬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기업의 CEO, 자신의 무지함을 모른 채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동료… 생각만해도 복장이 터지는 일입니다.

 

내 자신이 더닝 크루거 효과의 장본인이 아닌가 되돌아보는 한편,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주변 사람들이 사실은 '속 빈 강정'이 아닌지 구분해야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허세는 경계할 필요가 있겠죠.
 



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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