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금융] 경제 불황 장기화와 함께 제1 금융권의 대출 창구마저 막히며 제2 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커졌다. 서민·취약계층 '급전' 통로로 불리는 카드론(단기카드대출), 보험계약대출, 저축은행 대출 등 취급액이 모두 뛴 것. 서민금융상품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여신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453억 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월 말 42조 42조2201억 원 대비 3252억 원, 전년 10월 38조8791억 원보다 3조6665억 원 증가한 수치다.
여신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카드론 잔액은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1월 ▲4507억 원 ▲2월 2000억 원 ▲3월 78억 원 ▲4월 4823억 원 ▲5월 5542억 원 ▲6월 1000억 원 ▲7월 6206억 원 ▲8월 6044억 원 ▲10월 5332억 원 등 매달 전월보다 상승했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른 카드사에 대출받는 대환대출과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현금서비스 잔액도 뛰었다. 지난달 대환대출 잔액의 경우 전월보다 692억 원 뛴 1조7247억 원, 현금서비스 잔액은 828억 원 오른 6조9183억 원이었다. 이 기간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역시 7조1342억 원으로 소폭 많아졌다.
이 같은 양상은 다른 금융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 폭이 축소했지만, 제2 금융권은 증가 폭은 확대했다. 보험업권의 경우 보험계약대출 위주로 6000억 원, 저축은행업권은 신용대출 위주로 4000억 원 뛰었다.
이런 가운데 서민 금융상품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저신용·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지난 10월 기준 29.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1.7% 수준이었던 연체율이 올해 껑충 뛰면서 30% 코앞까지 온 것.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경우 받을 수 있는데, 최대 1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이는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가는 것을 막고자 작년 3월 도입한 상품이다.
이 같은 상황을 금융당국에서도 충분히 인지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이달 20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 후 "해가 바뀌면 가계대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실수요자에 자금 공급이 원활히 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며 "현재 각 은행에서 내년 가계대출 운영 계획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역시 일시 중단했던 비대면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등을 조금씩 재개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시장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플러스 생활정보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내년 가계대출 계획안을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표기. 올해 4대 은행은 8월에 이미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 100% 초과 달성하면서 하반기 대출 공급을 멈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