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편해" 콩코드가 미리 알았더라면

2018.09.03 15:26:57

[IE Info]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나와 튈트리 정원을 지나면 사방이 시원하게 트인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을 만나게 되는데요. 샹젤리제 거리로 향할 수 있는 길목이라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은 들려볼 법한 장소죠.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

 

이 곳은 시내 중심에 위치한 것 외에도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인데요. 1755년 루이 15세의 기마상을 장식하고자 조성됐으나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가 놓여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왕족과 귀족, 성직자 등 1343명이 처형됐습니다.

 

당시 '혁명광장'으로 불리던 이곳의 이름은 1795년 공포정치가 끝남과 동시에 프랑스어로 '일치·화합·조화'를 뜻하는 '콩코르드(Concorde)'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광장 중앙에는 단두대 대신 이집트 총독이 선물한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들어서 현재까지 자리하고 있죠.

 

그런데 이 콩코르드는 프랑스어의 경우 '콩코르드', 영어로는 '콩코드'로 표기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이는 영국 항공사 브리티시 에어웨이즈(British Airways)와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Air France)의 합작품인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62년 콩코드의 공동 프로젝트 개발에 착수해 한 해에 프로젝트 예산으로 2800만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총 투자금액만 약 10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1000억원에 달했죠.

콩코드 여객기 (출처 : 구글 이미지 캡처)

 

사업 초기부터 엄청난 돈을 투자한 콩코드는 파리에서 뉴욕까지 소요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경제 불황과 석유 파동으로 상황이 금세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외관만 세련됐을 뿐 탑승인원도 적고 연료소모량이 많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죠.

 

그러나 콩코드에 너무나 많은 금액을 투자했던 영국와 프랑스는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미국과 소련이 우주 기술을 주도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 기술은 유럽에서 갖고 있다'는 자부심도 놓칠 수 없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 7월에는 파리 근교 샤를 드 골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해 탑승자 109명과 지상에 있던 4명 등 총 113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마는데요. 결국 콩코드는 악화된 여론과 누적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2003년 운항을 중단하게 됩니다.

 

잘못된 점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더욱 깊이 개입하는 의사결정과정을 뜻하는 '콩코드 오류'라는 용어는 여기서 탄생합니다. 흔히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본전을 포기하지 못한 채 처음 결정을 계속 밀고 나가는 상황에서 사용하곤 하죠.

 

경제학에서는 이를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하는데요. 매몰비용이란 이미 매몰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 즉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한 이후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뜻합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계속 떨어져도 원금을 고려해 매도하지 않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 비싼 값에 구매했으나 입어보지 못하고 쌓여만 있는 옷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 기업인 '소니'도 콩코드 오류의 산물입니다. 소니는 1979년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워크맨'을 선보이며 일본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급격한 디지털화에 대응하지 못해 뒤처지고 말았습니다.

 

여전한 논란인 4대강 사업에서도 콩코드 오류를 찾을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2008년 12월 29일부터 2012년 4월 22일까지 약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하천 정비사업으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습니다.

 

이 사업의 골자는 4년 만에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중심으로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나 녹조현상 등 각종 문제가 터지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죠. 그러나 정부는 '공사를 중단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강행했는데요.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녹조라떼'라는 오명뿐입니다.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포기하지 마라!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는 말을 남겼죠. 이와 달리 콩코드 오류는 빠른 포기가 답일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슈에디코 백유진 기자/



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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