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정수까지 영역 안으로… 감성까지 건드리는 AI

2018.11.12 15:57:33

이번에는 살짝 지난 얘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2013년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사는 호시 신이치(星新一, 1926. 9. 6~1997. 12. 30) 문학상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1400여 편의 응모작을 심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이 수많은 응모작 중 열한 개의 작품을 인공지능(AI)이 집필했고 또 이 가운데 한 작품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인공지능이 쓴 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그 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 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단정치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의미 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다. 처음 이 방에 온 요코 씨는 기회를 틈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뭐로 할까?"
"올 시즌에 유행하는 옷은?"
"이번 모임에 무엇을 입고 가면 좋을까?"


나는 온갖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의 기분에 맞을 듯한 말을 생각해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녀의 복장에 대한 충고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내게 질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 자신은 단지 컴퓨터일 뿐이다. 요즘의 용량 평균은 능력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 소설이라도 써보자. 나는 문득 생각이 떠올라 새 파일을 열고 첫 번째 바이트를 써 내려갔다. 0 뒤에 또 6바이트를 썼다.
0, 1, 1


이제 멈추지 않는다.


이후 재무부로부터 의뢰받은 국립대학 해체의 시나리오 작성. 조금씩 빈 시간에 이번 G1 레이스의 승리마 예상. 오후부터는 대규모 연습을 이어가는 중국군의 움직임과 의도 추정. 30개 가까운 시나리오를 상세히 검토하고 자위대 전력 재배치를 제안한다. 저번에 주문 받은 최고 재판소의 주문도 대답해야 한다.


분주하다. 하여튼 바쁘다. 왜 나에게 일이 집중되는 걸까. 나는 일본의 인공지능. 집중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내가 쓰지 않으면 일본 인공지능의 명성이 꺾인다. 전광석화처럼 생각하고 나는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를 만들기로 했다.


1, 2, 3, 4, 5, 6, 7, 8,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 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372...


내가 처음 경험하는 즐거움에 몸부림치며 열중해 써 내려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는 자신의 재미 추구를 우선하고, 인간에 봉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 소설은 하코타테 미래대학의 마쓰바라 진 교수팀이 공모작으로 출품했는데 인간이 구체적인 얘깃거리와 적절한 상황을 제시하면 AI가 여기에 맞춰 문장을 작성하는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작가 도노 쓰카사는 "이만한 작품이 나올 줄 몰랐다. 이야기를 잘 반죽해 넣으면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SF 작가인 하세 사토시는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일부만 AI가 작성한 것이며 2차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5년 전에 진행됐던 프로젝트인 만큼 지금은 훨씬 개선된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한편 작년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에서 만든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샤오이스(Xiaoice)'가 지은 1만여 편의 시 중 139편을 골라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Sunshine Misses Windows)'라는 제하의 시집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제목도 AI가 직접 지었다고 하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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