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악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새해 복을 기원하는 상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 걸어두면 돈을 불러온다'는 은행 신년 달력 구하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은행 달력이 우후죽순 올라왔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고요.
과거 달력이 귀하던 1960년대 후반, 대중적인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은행들이 연말마다 달력을 돌렸는데요. 그러나 1973년 10월 1차 오일쇼크(석유 파동) 발생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게 되자 정부가 은행의 달력 제작을 종이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은행엔 달력 배포 금지 조처가 내려졌죠.
이후 1983년 경제 안정화와 함께 긴축 정책이 완화되자 은행들은 달력 마케팅을 재개했는데요. 긴 공백기를 거친 만큼,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된 은행 달력은 매년 여러 형태와 디자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은행 달력은 어떤지 살펴볼까요? 우선 2026년 신한은행 달력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신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담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달별 이미지를 통해 ▲신한 AI 브랜치 ▲아름인도서관 ▲이브닝플러스 ▲한국금융사박물관 등 현재 신한에서 시행 중인 서비스와 미래지향적 점포, 여러 사회공헌활동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달력은 KB금융 캐릭터인 '스타프렌즈'를 활용했습니다. 스타프렌즈는 지난 2020년 첫 공개된 ▲키키(토끼) ▲아거(오리) ▲비비(곰) ▲라무(라마) ▲콜리(브로콜리) 등 각자 별에서 꿈을 찾아 지구에 온 친구들인데요. 이번 달력에는 따뜻한 그림체로 이들 캐릭터를 통해 ▲어린왕자 ▲홍길동전 ▲오즈의 마법사 등 고전동화들을 재현한 이미지를 그려냈습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에서 달력을 만들었는데요. 2026년 달력은 우리금융 모델 가수 아이유의 모습과 우리금융미래재단의 발달장애 미술가 지원 사업인 '우리시각' 작가들의 작품이 담겼습니다. 월별 상단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이달의 작품을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고요.
작년 4월 첫 시작된 우리금융의 우리시각 사업은 서울문화재단과 공동 운영을 통해 서양화, 동양화, 판화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을 돕고 있습니다. 매년 10명을 선정해 전문 멘토링은 물론, 제작비,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지원한다네요.
하나금융그룹에서 디자인한 하나은행 내년 달력은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백남준아트센터와 협업했습니다. 매달 다양한 백남준 작가의 작품과 작품 설명을 보면서 그를 기릴 수 있다네요.
IBK기업은행의 내년 달력은 백순실 작가의 작품이 실렸습니다. 백 작가는 음악과 차(茶)를 주제로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을 그리며 30여 년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요. 대표 작품으로는 차와 자연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다송(東茶頌)' 시리즈와 우리나라 소리와 세계 유명 작곡가의 음악을 시각화한 'Ode to Music'이 있습니다. 달력 속 백순실 작가의 작품처럼 경기 침체 속 안정과 위안을 강조한 기업은행의 기조로 읽히네요.
이처럼 은행권들의 내년 달력에는 각자 브랜드 정체성과 사회적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내년 한 해가 달력에 담긴 메시지처럼 잔잔한 좋은 일들로 채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희·김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