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E 금융]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생명보험사(생보사)들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공제에 대한 설명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점검에 나선다.
19일 금감원은 "판매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보험업법 위반 소지는 없었는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점검 등 후속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가진 사람이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면 매달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저축성 보험 상품으로 종신형과 확정형, 상속형으로 나뉜다. 매달 고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으며 수령 방식에 따라 과세 여부 및 수령액이 달라진다.
이런 즉시연금을 둘러싸고 계약자와 생보사의 갈등이 일어난 가운데 대법원은 생보사가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앞서 지난 16일 대법원 2부는 삼성·동양·미래에셋생명 등 생보사에 가입자가 제기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이들 가입자는 지난 2017년 연금 지급 기준이 되는 적립금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다는 것에 대한 사실을 생보사가 사전 설명 없이 진행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생보사에 차액을 청구해 분쟁이 커졌다. (관련 기사: [셔터뉴스] "또 싸우는 금감원과 생보사" 즉시연금 이슈 긁어보기)
이 같은 민원 조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이듬해 보험 약관에 지급 재원을 차감한다는 내용이 아닌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애매한 문구만 담겨있다며 생보사에 추가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생보사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공제하는 것은 '보험의 기본 원리'며 보험계약을 맺을 때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후 지난 2022년 1심에서는 법원이 소비자 승소 판결을 내렸는데, 같은 해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고 대법원 역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의 약관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이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대법원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에서 보험계약자가 매월 받는 연금액은 당해 보험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적어도 이 사건 적립액의 공제 방식의 대략적인 내용을 약관에 명시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각 약관에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다'는 취지의 포괄적 지시조항을 둔 것만으로는 명시·설명의무가 충분히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연금액 또는 보험금 계산에 관한 조항이 보험계약 내용으로 있지 않을 경우 계약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있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적립액 공제 방식이 보험계약 내용에서 제외되더라도 나머지 부분과 가입설계서를 해석하면 생존연금 액수는 현행대로 산출된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계약 무효라고 해석하는 게 오히려 원고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법원 판결 덕분에 생보사들은 보험금 지급은 피했지만,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른 만큼 금감원이 이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맡게 된 것. 현재까지 금감원의 구체적인 점검 범위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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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자료를 보면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 관련 즉시연금 가입자는 16만 명인데, 삼성생명에서 5만5000명, 약 4300억 원이 발생. 이 뒤가 한화생명(850억 원), 교보생명(700억 원)이었으며 기타 생보사 나머지는 약 2150억 원으로 추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