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사이] 머슴이 쉬면 귀신은 돌아온다

2025.09.06 17:03:42

 

간만에 한 번 던져봤습니다. 예전엔 백발백중은 아니더라도 반 정도는 중앙에 근접했는데 대체 신체기능에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던지는 것마다 방향이 다르네요.

'백 번 쏘면 백 번 다 맞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백발백중(百發百中)은 뛰어난 솜씨의 명사수를 일컫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계획 또는 예상했을 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상황을 묘사할 때도 사용됩니다.

 

여러 유래 중에서도 중국의 사기(史記), 좌전(左傳) 등 출전을 보면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양유기(養由基)라는 명궁이 백 보 밖의 버드나무 잎을 백 번 쏴서 모두 맞혔다고 해 이 사자성어가 생겼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죠.

 

진나라의 대표적인 명장 백기(白起)와 관련된 설화에서는 주나라의 책사 소려(蘇麗)가 백기에게 "지금까지 백 번 쏘아 백 번 맞혔다 해도 한 번만 실패하면 모든 공이 헛될 수 있으니 신중하라"는 교훈을 건넸다고 합니다. 다만 백기와 백발백중의 연결은 설화적 확장일 뿐 신빙성 있는 역사적 근거는 부족하지만요.

 

직업이 있는 많은 분들이 오늘 저처럼 여유를 즐기시겠죠? 남들이 쉴 때 쉬지 못하고 일하는 분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요?

 

아울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급여생활자들은 1년에 하루, 근로자의 날에 보상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으나 공·군무원과 군인, 감시·단속 근로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 등의 직종 분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일 겁니다. 농·어업 종사자도 여기 포함되고요.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날 명칭은 원래 '노동절'로 1958년 대한노동조합총연맹(지금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10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63년 4월17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1973년 3월30일 제정·공포한 이래 1994년부터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하죠.

 

이 날짜로 바꾼 이유는 국제 노동자의 날(International Workers' Day)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통일성을 고려해달라는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쓰러질 만큼 힘든 일, 곱하기 백의 즐거운 하루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보다 앞선 때에도 일꾼들을 위한 휴식일이 있었는데요. 백발백중에서 백발을 뺀 오늘은 '백중(百中)'입니다.

 

우리 세시풍속 중 하나인 백중은 농경사회의 삶과 불교문화가 결합된 명절로 음력 7월15일이며 백종(百種), 중원(中元), 우란분절(盂蘭盆節), 망혼일(亡魂日) 등 여러 이름이 있죠.

 

이 날짜 무렵이면 여름철 농작물이 무르익는 가운데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췄다고 해서 백종이라 부르던 것이 변해 백중이 됐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졌습니다. 또 아시아 중화권의 전통명절이자 도교의 중원절이기도 하고, 이날 많은 스님들에게 100가지 음식을 공양하는 불교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요.

 

여기 더해 불교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이라고 칭하며, 석가모니 제자 목련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원하고자 여러 스님에게 공양을 올린 효행에서 유래한 날로 여깁니다. 실제 이날 일부 사찰에서는 조상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죠.

 

백중의 주요 풍습으로는 농부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벌이는 민속놀이인 '백중놀이'가 지금도 경남 밀양과 충남 연산에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해 최우수 농가에서 일꾼들에게 소를 태우고 마을을 돌게 하는 잔치인 '호미씻이', 시원한 폭포나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 더위를 타지 않는 것은 물론 질병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던 '물맞이' 외에도 익은 과일과 햇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며 차례를 지냈다죠.

 

백중은 농번기 중에서도 가장 힘든 시기인 김매기가 끝나는 날이었기에 머슴들의 노고를 위로하려고 하루 휴일과 술, 음식, 약간의 돈을 줘 마을에는 이날을 위한 장이 서기도 했답니다.

 

장 이름은 꾸밈 하나 없이 '백중장'이었고 백중은 '머슴날'이라고도 부르며 신분 격차를 잠시나마 허물면서 주인과 편하게 지내는 유일한 날이었습니다. 특히 백중놀이에서는 양반과 신분 질서를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비꼰 병신춤, 양반춤을 추었는데 양반들도 의관을 벗고 축제의 장에 동참했다고 하네요.

 

더불어 백중은 머슴들이 새 삶을 꾸릴 수 있는 날로 마을 어른들이 노총각 머슴이나 홀아비 머슴의 혼인을 주선하거나 살림을 장만해 주기도 해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는 옛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백중이 우리나라의 핼러윈인 망혼일로 불리는 까닭도 짚으며 이번 편 마무리할까 합니다. 가득 찬 달이 하늘의 문을 열었을 때 잠시 세상에 나오는 조상과 혼령을 기리거나 위로하는 '귀신의 날'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 그리고 산 자가 만나는 날이자 머슴과 양반이 하나 되는 화합의 휴일. 이쯤이면 백발백중이 아니라 '백날백중'이라는 사자성어풍의 신조어도 하나 나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



전태민 기자 tm0915@issueed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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