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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개구쟁이 자연이 만든 판각쟁이…그리고 풍각쟁이

 

어제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도 역시 날이 흐리네요. 하루를 시작하려 집을 나서던 길, 아파트 입구에 있는 돌길을 밟던 차에 매일 보던 검은 바닥돌에 살짝 고인 물방울들이 오늘따라 유난스럽게도 가랑가랑하게 보였습니다.

 

근처 빌라 신축 공사현장에서 나는 냇내도 오늘만큼은 정겨웠고요. 노기(老氣)가 차고 있는 건지 별스럽게 튀는 것들이 많은 하루네요. '짜사이'를 쓸 요량으로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이왕 말 꺼낸 김에…

 

보자마자 자연의 판각(板刻)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뭇조각은 아니지만 돌조각에 단풍을 새겨 넣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조선 후기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3대 지도를 제작한 고산자 김정호는 한양에서 판각기술자인 판각쟁이로 지내며 지리학을 익혔다고 합니다.  판각쟁이라는 용어가 사전에 등재되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책에서 그렇다니 그런 줄 알아야죠 뭐.

 

참고로 풍각쟁이는 국어사전에 잘 실려있네요. 풍각(風角)은 뿔이나 피리 등을 연주하는 음악소리나 일반적인 음악을 통속적으로 일컫을 때 쓰는 단어입니다. 악기 연주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요.

 

풍각쟁이라는 말은 걸인(乞人이라 쓰고 거지 또는 거렁뱅이라고 읽는)들의 무리를 지칭할 때 쓰기도 했답니다. 또 가객·퉁소·검무·가야금·북으로 구성된 무리(마치 슈가맨 5에 나올 법한 현대의 그룹사운드)나 조선 후기 유랑연예인을 총칭하는 용어였다네요.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