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얼어붙었던 은행권 채용문이 조금씩 풀렸는데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대략 250명, 200명의 하반기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하나은행은 16일부터 200여 명, KB국민은행도 22일부터 약 200명을 채용한다고 알리며 일정을 공개했고요.
이처럼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 일정이 잡혔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채널 확대, 수익성 악화로 예년보다 채용 인원이 줄면서 취업 준비생(취준생)들의 치열한 경쟁이 훤히 예상됩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약 40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했습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430여 명, 하나은행은 400명의 행원을 들였지만 올해는 절반밖에 계획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취준생들이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은행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이들의 잠잠했던 마음을 들끓게 한 금융사가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채용공고에서 공분을 산 부분은 서류 전형인데요. 국민은행은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에 추가로 디지털 사전과제, 온라인 디지털 교육 과정(TOPCIT), 인공지능(AI) 역량검사 등을 요구했습니다.
디지털 사전과제는 지원자들이 국민은행 행원이라고 가정한 뒤 국민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 리브, KB마이머니 중 하나를 골라 현황, 장단점, 개선 방향을 3~5페이지 분량으로 다루는 보고서인데요. 이 외에도 TOPCIT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데 수업 시간만 꼬박 하루라고 합니다.
하루 8시간씩 강의를 들어도 꼬박 3일은 걸리는 데다, 디지털 과제를 위한 연구를 해야 하는 만큼 취준생들의 원망이 자자한데요. 이 모든 걸 끝낸 뒤 제출하는 것도 서류 전형의 한 부분일 뿐이고요.
이에 대해 취준생 사이에서는 "서류 지원에서부터 이런 교육을 듣고 기획안을 작성하라는 의도를 모르겠다" "이 정도면 채용 갑질이 아닌가"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앱을 설치하게 유도하려는 것 같다" "보고서에 나온 아이디어를 강탈하려는 것 아니냐" 등의 비판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여기 더해 토스와 오픽은 지원서 작성 시 입력도 되지 않지만, 독일어 자격증은 허용된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독일에 지점도 없는 국민은행이 갑자기 독일어 항목을 추가했다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는 거죠. 그러면서 임직원 자녀나 채용 청탁을 한 사람 중에 독일어 자격증을 가진 누군가가 지원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도는 판국입니다.
이번 채용에 대한 비판이 뜨겁게 일자 국민은행은 현재 채용공고를 전면 수정하고 있는데요. 오후 3시께 국민은행은 홈페이지에 '금번 채용계획에 변동사항이 있어 잠시 채용 홈페이지 이용이 중단됩니다'라는 팝업 메시지를 띄운데 이어 현재는 채용 프로세스 변경에 대한 얘기를 담은 팝업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우선 국민은행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디지털 사전과제와 온라인 이수 교육의 경우 1차 합격자에 한해 제출하고 이수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는데요. 이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이런 내용으로 공고를 수정 중"이라며 "곧 바뀐 내용의 공고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응대했습니다.
여기 더해 독일어 입력 부분도 삭제하기로 했는데요. 독일어 기재 사항에 대해서는 "이번 채용에서 독일어를 기재하게 된 배경은 파악 중"이라며 "수정된 공고에서는 독일어 부분을 제외시켰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