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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10살 펭수가 참고인?' 일회성 이벤트로 변질된 국감


제가 사는 곳 근처 공원에 위치한 음악분수입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한 저녁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원을 찾았는데요. 때마침 그곳에서는 음악분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경쾌한 음악,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화려한 조명이 더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한없이 보고 있자니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라는 모 유명 가수의 노래 가사가 생각나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국정감사(국감)에서 현재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인물, 아니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펭수인데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날인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달 15일 있을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국감에 펭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을 의결했는데요. 이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요구로 이뤄졌습니다. 

 

펭수는 대스타를 꿈꾸며 지난해 남극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헤엄쳐 온 EBS 연습생인데요. 거침없는 입담과 발랄한 성격 덕분에 큰 인기를 끌며 EBS의 제2 부흥기를 이끌었습니다. 

 

이에 대해 황보승희 의원실은 "펭수는 EBS 경영환경 개선에 많은 공헌을 했으며 실제 이 캐릭터를 통한 수익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수익을 펭수가 어떻게 분배하고 있고 대우는 잘 받고 있는지, 과도하게 혹사시키고 있지는 않은 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만약 펭수가 국감장에 등장하더라도 10살이라는 콘셉트를 지닌 이상 황보승희 의원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답을 할 수 있을리가 만무합니다. 또 10살짜리의 귀여운 대답은 국감의 취지와도 맞지도 않기에 이벤트성 국감으로 끝날 확률이 농후한데요. 그렇다고 이런 콘셉트를 깬 뒤 물음에 진지하게 답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날 오후 펭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뮤지컬 모차르트 OST '나는 나는 음악'을 부르는 영상을 게재했는데요. 이 노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와 같은 가사가 담겨있는데요. 이 영상 밑에 펭수는 '나는 나는 펭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상 이후 많은 비난이 황보승희 의원에게 쏟아지자 황보승희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펭수는 '참고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펭수 등 캐릭터가 EBS 경영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데 캐릭터 저작권을 정당하게 지급하는지 수익구조 공정성을 점검, 캐릭터 연기자가 회사에 기여한 만큼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는데요. 실제 국회법에 따르면 국감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사람은 국감 3일 전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 출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쯤 해서 국정감사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를 감시 비판하고자 행하는 감사인데요. 이를 통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 투자기관 등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이 잘 이뤄지는지 감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감의 이런 기능은 점차 퇴색하고 있는데요. 몇몇 국회의원들이 정책에 대해 요목조목 따져야 하는 국감 자리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나 물품을 들고 와 일회성 이벤트로 지명도를 넓히는 데만 급급한 것입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김진태 의원은 떡볶이를 들고 와 "떡볶이에 재료가 몇 가지나 되겠냐"는 질문을 해 화제가 됐고요. 2018년에 이 의원은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에 대한 질의를 한다며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와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또 2018년 선동열 감독과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국감장에 나와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는데요. 참고로 백 대표는 올해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 참고인에 채택됐습니다. 

 

국감은 국민이 간접으로나마 의정활동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정치 이슈 중 하나인데요. 부디 국가의 녹을 먹는 국회의원들이 국감의 대한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