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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님 대신 대니얼·글로컬…" 은행권 '호칭 파괴' 릴레이

 

보수적이라고 꼽히는 대표업권 중에 하나인 은행권에서 직원 간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이루기 위해 호칭을 파괴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여러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18일 금융권과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부서별로 원하는 호칭을 부르고 있습니다. 관리자급(부부장급) 이상은 '수석'이나 '수석 매니저' 그 이하는 '매니저' '프로' '선임' 등으로 부를 수 있다는 회사 가이드라인이 내려졌는데요. 다만 부서에서 논의를 거치면 다른 호칭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 부서 간 호칭 논의를 진행한 다음 이달 4일부터 사내 전산망에 등록돼 모두 이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차장, 과장, 대리 등 기존 직급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기존 직급은 유지하면서 구성원 간 소통을 할 때 새 호칭을 사용하게끔 유도한 것인데요. 부서 간 회의나 메일을 주고받을 때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해당 직원의 호칭을 검색하면 됩니다.

 

이번 호칭 문화는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의 신년사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는데요.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기존의 방식과 기준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며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 위에 금융의 기본을 튼튼히 다져, 어떤 위기에도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10월 말부터 전 계열사의 직원을 대상으로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는데요. 이는 직급 호칭을 없애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고경영자들도 앞장서서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경우 'JT', 하나은행 지성규 행장은 '글로컬(Glocal)'입니다.

 

케이뱅크 서호성 행장은 지난 9일 취임하면서 상호 간 격식은 파괴하되 직접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는데요. 이를 위해 임직원을 상호 직책, 직급 없이 '◯◯님'으로 호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은행장도 마찬가지로 호성 님이라고 불러야 하고요.

 

이런 호칭 자유화는 카카오뱅크에서 이미 정착됐는데요. 카카오뱅크의 전 직원들은 영어 닉네임으로 불리는데요. 영어 닉네임 뒤에는 '님'도 붙이지 않습니다. 이는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는 사내에서 '대니얼'이라고 불리며 편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