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네 집에서 먹었던 술들입니다. '니모메' '녹고의 눈물'이란 이름에서 순간 일본 술인가? 하는 오해를 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두 술 모두 제주도 전통주였습니다. 니모메는 '너의 마음에'라는 제주도 방언이었는데요. 제주산 쌀과 귤피를 넣어 상큼한 맛을 자랑합니다. 도수는 11%고요.
녹고의 눈물은 조금 긴 사연을 품고 있는데요. 제주도 남서쪽에는 녹고물오름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있다고 합니다. 녹고라는 아들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초를 찾아 나서는데, 가장 중요한 약초인 오가피를 구하지 못해 헤매던 중 바위 벼랑에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누이인 수월이 녹고의 손을 잡고 벼랑에 내려가 오가피를 꺾는 순간 손을 놓쳐 떨어져 죽었다고 합니다. 누이 죽음에 녹고는 울었는데 그 눈물이 떨어진 자리는 녹고물이라 불리는 샘이 됐고 수월이 떨어진 봉우리를 수월봉이라 부르게 됐다네요.
녹고의 눈물은 녹고와 수월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찾아다니던 오가피를 주원료로 만든 술인데요. 섬오가피는 항암성분 및 간 기능 개선, 진통소염, 해독 작용에 탁월한 아칸토산이 함유된 제주 10대 약용작물의 하나로 꼽힙니다. 섬오가피 뿌리를 발효해 만든 녹고의 눈물은 특유의 향취가 있어 일품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는 여러 전통주가 있는데요. 여행 전 이런 술 이름을 검색했다가 짬을 내 그 지방의 술들을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