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이리저리뷰

[이리저리뷰] '日 오염수 탓, 시간 된 소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자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서 소금 사재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시간과도 같은 가치의 금(金)처럼 소금(小金 또는 素金, 소곰에서 유래한 우리나라 고유어) 역시 몸값을 올리고 있습니다. 15일 이른 아침부터 대형매장에서 천일염을 구입하려는 대기행렬이 길게 늘어선다는 얘기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들리고요. 

 

실제 가격도 급등해 올해 초와 비교해 일부 판매업소의 경우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구하기 어렵게 됐다는 기사까지 나온 가운데 이날 국내 천일염 주요 생산처 중 한 곳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남 신안군천일염생산자연합회는 가격상승에 따른 품귀는 사실과 다르다고 제언합니다. 

 

오히려 천일염 가격 급등은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만큼 달갑지 않다는 말도 보탰고요. 연합회의 설명대로라면 신안군에서는 매년 전국 생산량의 80%에 이르는 23만 톤가량의 천일염을 생산 중인데 금년 산(産) 천일염 매입은 내달부터 본격 실시한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천일염을 사서 재어놓지 못해 조금이라도 불안했던 분들은 마음이 좀 놓이시나요? 2000년대 들어서도 이런 일이 꽤 많았습니다. 2008년 고철, 석유제품부터 2014년 담배,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2020년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2021년 요소수… 눈치 채셨겠지만 거론된 물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매점매석 대상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는 겁니다.

 

천일염을 두고는 사재기와 엮는 내용의 기사가 대부분이네요. 엄밀히 따지면 사재기는 매점매석이 아니라 사서 재어놓는다는 의미의 매점(買占)이지만 포괄하면 매석(賣惜)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한자어 대체 사례 중 한 표본인 사재기는 70년대 초 매점과 병기했으나 현재는 사재기로만 표기하는 경우가 통상적이고요. 

 

한편 매점매석(stockpiling)은 특정 물품가가 오를 것에 무게를 두고 대량으로 사들인 후 가격이 올랐을 때 시장에 풀어 이익을 취하는 행위입니다. 당연히 건전한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라 불법적인 행위에 해당하고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의거해 매점매석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