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산업] KT&G 사장 선임을 두고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벌인 대결은 KT&G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다만 IBK기업은행의 주주제안 후보인 성균관대 손동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KT&G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8일 KT&G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후보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최대주주' 기업은행 "방경만 반대·임민규 사외이사 추천"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통해 "기업은행이 주주 제안한 손동환 후보자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 찬성, 이사회가 제안한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선임·임민규 사외이사 선임은 모두 반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알렸다.
이어 "KT&G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은 이사회 역할과 견제 기능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며 "현 사외이사 6인은 모두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주주 추천 사외이사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 수석부사장 선임 후 영업이익이 20% 이상 감소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에 대한 결의 등 현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은행은 KT&G 지분 7.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 더해 KT&G 지분 0.46%를 보유 중인 행동주의펀드 아그네스와 기업은행 의견에 동참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회사 경영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임원을 최종 후보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주총서 표 까보니…방경만, 새 대표이사 '선임'
그러나 표결 결과 소액 주주 및 외국인 주주들은 KT&G 이사회 손을 들어줬다. KT&G 주총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하는 '통합집중투표'로 이뤄진다. 그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상위 득표자 두 명이 이사로 선임된다.
이번에 도입된 통합집중투표제는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요구한 제도다. 이들은 '밀실 투표'를 우려하며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을 요청했고 이를 KT&G 이사회가 받아들였다.
방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를 위해 최고경영자(CEO)로서 헌신할 기회를 주신 주주들과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KT&G는 3대 핵심사업을 성장 발판으로 글로벌 톱 티어(Global Top-tier)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8년 KT&G(前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 등 회사 여러 분야를 두루 거쳤다.
그는 이제부터 현저히 떨어진 KT&G 실적과 주가를 회복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679억 원, 순이익은 92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 7.8%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KT&G 측은 "수원 분양 사업 종료 등 부동산 부문에서의 일회성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코스피시장에서 뒤 돌린 주주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힘써야 할 과제다. KT&G 주가는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불만인 주주들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제안 손동환 교수, 무사히 사외이사 '안착'
기업은행은 방 신임 대표이사를 막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 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교수는 무사히 KT&G 사외이사로 뽑혔다. 손 교수의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손 사외이사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경제법과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정치적 판단, 여론 등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진과 회사에 조언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주총회 전 국민연금, ISS,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 한국ESG평가원, 서스틴베스트 등에서 기업은행 주주제안 손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슈에디코 강민호·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