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오늘 'South Korea’s Infanticide Problem Highlights Wider Population Struggles'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사건'을 조명하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아이들의 현실을 따졌는데요.
이 사건은 출산 기록이 있음에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임시 신생아번호로만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던 2015년부터 2022년까지의 출생자 2236명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한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로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3~4월 이뤄진 감사에서 해당 정황을 전달받은 수원시청 담당자들이 경기 수원시 장안구 일대 현장조사에 나섰다가 30대 여성 고 씨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경찰에 사건을 의뢰했고 같은 해 6월21일 압수수색에 나섰던 이들은 고 씨의 집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를 발견했죠.
당시 친모인 고 씨의 긴급체포 이래 수원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살인 및 시체은닉죄로 구속 기소했고 올 2월8일 1심, 지난달 19일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동일하게 선고했습니다.
구속 상태였던 지난 3월에 여섯째 아이를 낳은 고 씨는 첫째 딸, 둘째 아들, 셋째 딸 이후에 경기도 한 산부인과에서 2018, 2019년에 각각 태어난 넷째 딸과 다섯째 아들을 교살했던 거고요.
경찰은 이 사건을 기점 삼아 작년 7월10일 기준, 총 1069건의 사건을 접수해 수사 여지가 있는 건만 진행한 결과 2015년부터 2023년 5월까지 모두 아동 256명의 사망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후 출생신고제와 보호출산제 등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이전까지 출산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에 출생사실 통보 의무가 없었으며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부모 역시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 처분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수면 아래에 잠겨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끔찍한 피해사례를 만들었을지…
결국 이달 19일부터 출생신고제와 보호출산제가 시행됐죠. 출생신고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사실과 생모 성명, 출생 연월일시 등의 정보를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알리고 심평원은 다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체계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출생 1개월 안에 신고가 없을 경우 신고 독촉 후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 등록이 가능하고요.
보호출산제는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탓에 출산을 고민하는 위기 임산부들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병원 방문을 꺼리는 상태를 방지하고자 가명 출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현재 논란 중입니다.
신원을 감춘 임신부가 의료기관에서 가명 출산을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맞닥뜨릴 수 있는 임신부와 신생아의 위험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인 거죠.
일각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무 잘못 없이 태어난 그 자체가 평생 삶의 굴레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응당한 제언이라고 봅니다. 가명 출산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국제연합(UN)의 권고도 있고요.
타임의 기사 제목 'South Korea’s Infanticide Problem Highlights Wider Population Struggles'처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사건은 우리나라의 인구문제를 더 넓게 살피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깊은 고찰까지는 이르지 못한 채 등을 떠밀린 상태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급급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 사람 목숨과 관련한 사안에는 부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길 바랄 뿐입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