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당불내증 때문에 못 먹었지만 호주에서 내 친구는 A2우유 많이 먹었어! 종류도 많고…노브랜드 같은 마트 자체브랜드(PB)도 많아서 그거 사 먹는 사람 많더라. 근데 A1, A2가 의미가 있는 거였어? 난 그냥 브랜드 이름인 줄."
최근까지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던 사촌동생과의 대화 중 일부분을 따왔는데요. 호주인들이 주로 마시는 A2우유가 한 회사의 브랜드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는 아마 호주의 'The a2 밀크' 컴퍼니로 짐작되고요.
A2 우유를 세계 최초로 만든 이 회사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A2 우유의 효능적 측면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며 A2우유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이 A2 단백질 관련 연구 결과를 토대로 등록한 국내 특허에 대한 무효 심판 제기한 결과 승소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우유 단백질 성분 80%는 '카제인'으로 이뤄졌는데요. 카제인 성분 중 하나인 '베타(β) 카제인' 유전자 유형은 'A1 단백질'과 'A2 단백질'로 나뉘는데, A2 단백질이 모유와 유사한 구조를 지녀 소화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마시는 우유는 A1 단백질과 A2 단백질이 모두 들었지만, A2우유는 A2 단백질만 포함된 우유를 지칭하는데요. 앞서 말했듯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지닌 덕분에 일반 우유보다 맛도 더 고소하며 진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The a2 밀크 컴퍼니는 A2 단백질 관련 연구 결과를 보호받기 위해 이곳저곳에 특허를 신청했는데요. 이에 서울우유는 A2 단백질이 갖는 고유 성질은 특정 기업만의 기술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재판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 결과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19일 The a2 밀크 컴퍼니가 보유한 국내 등록 특허 2건 모두 등록무효 심결을 내렸는데요. 심판원은 "해당 특허는 기존 연구와 기술적인 차별성이 없고 진보성이 부족하다"라며 "A2 단백질의 소화 용이성은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진 특성"이라고 판시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A2우유 상품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지난 2018년 유한건강생활은 The a2 밀크 컴퍼니와 독점 계약을 맺고 A2 우유를 수출, 뉴오리진 A2 우유를 판매 중입니다. 연세유업 역시 지난 2023년 10월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를 출시하며 A2우유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이 상품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2024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국제 우수 미각상' 최고등급인 3스타를 수상한 바 있습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4월 A2 단백질 유전형질이 있는 젖소만을 분리해 집유해 100% A2 단백질만을 함유한 A2+우유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부터 약 80억 원을 투자해 A2 우유를 공급하고 형질 검사를 하며 전용 목장을 만들었습니다.
이 상품은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이 3750만 개를 기록했는데요. 서울우유 관계자는 "현재 우유를 생산하는 1430 목장 가운데 A2 전용 목장은 42곳"이라며 "전용 목장으로 전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점진적으로 계속 전용 목장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유(乳)업계가 아직은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한 A2우유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존 우유 소비량 감소가 큰 원인입니다. 국민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5㎏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지난해 25.9㎏까지 떨어졌죠.
여기 더해 내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 우유를 시작으로 유럽, 호주, 뉴질랜드 우유 등이 무관세로 수입되며 유업계의 시름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A2우유 판매에 집중하되, 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네요.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A2 우유가 생소한 국내 소비자들이 A2 우유 상품을 구입할 때 외국업체보다 이미 친숙한 브랜드를 믿고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본업을 집중한 포트폴리오를 확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