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012450)가 3조6000억 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21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전날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국내 유상증자 중 역대 최대 금액으로 한화에어로는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해외 방산(1조6000억 원), 국내 방산(9000억 원), 해외 조선(8000억 원), 무인기용 엔진(3000억 원)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조달한 자금은 오는 2028년까지 4년에 걸쳐 집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지며 총 595만500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공모하는데요. 우선 우리사주조합이 20%, 기존 주주가 80%를 청약한 뒤 일반 공모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라네요.
한화에어로는 전날 공시 이후 유상증자 관련 기업설명회(컨퍼런스콜)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유상증자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는 "영업현금흐름이 향후 2~3년은 괜찮겠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경영진 시점에 대한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고요.
이에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9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 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다음 날인 10일 한화에어로 IR담당 한상윤 전무는 한화오션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자본 조달 없이 현금 보유분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충분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랬던 회사가 약 한 달 만에 말을 바꾼 것이죠. 더욱이 투자자들은 한화오션 지분 인수 탓에 현금이 줄어 이번 유상증자 규모가 커졌다고 주장하는데요.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아들 김동관·동원·동선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이며 한화임팩트파트너스 주주는 한화에너지(52.1%)와 한화솔루션(47.9%)입니다.
즉, 한화에어로가 총수 일가에 작년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 1조4000억 원에 맞먹는 거액을 내놓고 주주에게 사업 투자액을 요구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게 투자자들의 입장이죠.
여기 더해 전 세계적으로 안보가 불안해지면서 방산주 '랠리'가 펼쳐진 가운데 국내 방산주 중 대장주인 한화에어로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약 27조 원이던 한화에어로 시가총액(시총)은 이달 들어 34조 원까지 뛰며 시총 순위 10위권 안에 진입했는데요. 투자자들은 이처럼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주가가 오른 사이 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물량'을 던졌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 "회사 손익과 현금흐름이 최근 급격히 개선되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번 증자를 예상한 투자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상승 여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지분투자 대상과 예상 효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DB금융투자 서재호 연구원은 "한화에어로가 앞으로 2년간 약 5조 원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럼에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고요.
현재 한화에어로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날 오후 3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이 회사는 전일 대비 9만6000원(13.30%) 내려간 6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으레 그렇듯 이 타이밍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등장했네요. 현대차증권 곽민정 연구원은 "주주 가치 희석에 따른 디스카운트 요인은 존재하지만, 회사가 제시하는 방향성대로 진행된다면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이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한다고 알렸는데요. 금감원 이복현 원장은 "한화에어로의 3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는 한국시장 역사상 제일 큰 규모"라며 "경제 전체에 활력이 떨어진 가운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공모 시장에서 조달을 할 수 있어야 기업들 자금 조달이 용이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심사하겠다"고 덧붙였고요.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