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이 있어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몇 곳에서 영화를 검색하다가 넷플릭스의 최신작 '일렉트릭 스테이트(The Electric State)'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형 앤서니 루소(Anthony Russo), 동생 조 루소(Joe Russo) 형제 감독의 과거 명성을 믿고 고른 영화였는데 악평이 꽤 많았지만 킬링타임 무비로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네요.
주인공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쥬라기 월드 등에 출연한 크리스 프랫(Chris Pratt)이더라고요. 크리스 프랫은 배우로 성공하기 전까지 가난 탓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경제적 빈곤층이던 가정의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햄버거가게 점원, 세일즈맨 등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하다가 하와이 마우이에 새 거처를 마련한 후에는 노숙자 생활까지 하게 됐죠.
이곳에서 크리스 프랫이 생계를 유지하고자 거친 일터 중에는 '버바 검프 슈림프(Bubba gump shrimp)'라는 프랜차이즈 식당도 있는데요. 여기서부터 제가 아는 얘기를 정성스럽게 끄적거리려고 합니다.
버바 검프 슈림프의 종업원으로 근무 중 코만도, 컬러 퍼플, 크라잉 프리맨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캐나다 출신 배우 겸 감독 레이 돈 총(Rae Dawn Chong)의 권유를 받아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크리스 프랫.
어찌 보면 운명적이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버바 검프 슈림프라는 식당 이름을 듣고 혹시 기시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1994년작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포레스트의 전우이자 친구인 벤자민 버포드 버바 블루가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후 댄 중위가 포레스트와 새우잡이로 많은 돈을 벌면서 창립한 수산업체가 버바 검프 슈림프입니다.
이후 1996년, 스콧 바넷과 고든 마일즈가 버바 검프 슈림프의 판권을 영화사에서 사들여 같은 상호의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곳곳에 점포를 내며 영업 중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영화에서 착안한 유명 프랜차이즈가 또 있을까요? 부진한 실적으로 지난 2020년 철수했다가 2022년 우리나라에 재진출한 '파파이스'도 그렇습니다.
파파이스는 1972년, 앨빈 찰스 코플랜드(Alvin Charles Copeland)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동부 교외지역 아라비(Arabi)에 차린 '치킨 온 더 런'이라는 식당에서 출발합니다.
미국 남부식 전통 프라이드치킨을 팔던 치킨 온 더 런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앨빈 찰스 코플랜드는 파파이스(Popeyes Louisiana Kitchen)라는 이름과 뉴올리언스식 매콤한 맛을 내세워 재개장했고 이 시기부터의 성공을 발판 삼아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한 거죠.
파파이스는 미국 만화 뽀빠이(Popeye)가 아니라 엑소시스트, 12인의 성난 사람들 등으로 유명한 윌리엄 프리드킨(William Friedkin) 감독이 만들어 1971년 개봉한 영화 '프렌치 커넥션'에서 차용했습니다. 이 영화 주인공인 형사 도일의 별명이 '팝아이(Popeye)'거든요.
프렌치 커넥션의 유명세를 활용한 만큼 파파이스 홈페이지(https://www.popeyes.com/our-story/)에서도 관련 설명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버바 검프 슈림프나 파파이스나 영화(映畫)에서 상호명을 가져와 영화(榮華)를 노린 거죠.
여담으로 도일 역은 지난달 26일 아내, 반려견과 사망한 채 발견돼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명배우 진 해크먼(Gene Hackman)이 맡아 열연했습니다. 이달 8일, 진 해크먼은 심장질환, 부인 벳시 아라카와는 한타바이러스로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2월17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진 해크먼보다 일주일 먼저 부인이 세상을 떠났지만 알츠하이머 말기였던 그는 배우자의 사망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죠.
동물병원에 다녀와 이동장(케이지) 안에 있던 반려견 진나는 먹이를 먹지 못해 두 부부와 함께 숨을 멈춘 것으로 보인답니다. 다행이라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다른 반려견인 베어와 니키타, 두 마리는 생존했고요.
여담을 더하자면 파파이스 창업자 앨빈 찰스 코플랜드는 2008년 오늘, 지병인 피부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향년 64세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