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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사이] 위상의 소멸…거센 파동에 목적 잃은 집합

 

촉촉하게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우내 봉인했던 힘을 해방시킬 에어컨을 청소했습니다. 올 여름은 에어컨의 신세를 좀 덜 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네요.

 

촬영한 피사체는 에어컨 청소 중 찍은 표시 및 조절부인데 자세히 보니 파동처럼 보이는 게 꼭 'Wave front' 중 파원을 위시해 구형으로 퍼지는 구면파(spherical wave) 같습니다.

 

물리학 용어인 Wave front는 파원으로부터 파동(wave)이 퍼질 때 어떤 주어진 시간에 위상(phase)이 같은 점의 집합으로 이뤄진 면인데 보통 '파면(波面)'이라고 칭합니다.

 

파면 사이 간격은 주기와 비례하지만 진동수와는 반비례하는 만큼 파면 간 간격을 따져 진동수와 주기를 측정하기도 하죠. 파면이 구면이면 구면파, 원통면이면 원통파(cylindrical wave), 평면이면 평면파(plane wave)라 하고요.

 

파면이라 하면 향후 몇 년간은 어제 있던 일만 떠오를 듯합니다. 헌법재판소(헌재)가 4일 오전 11시22분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언했죠.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사건' 선고로 이제 윤석열 씨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습니다.

 

파면(罷免)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직무나 직업을 그만두게 하는 것으로 징계 절차를 거쳐 임면권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거나 관직을 박탈하는 법률적 행정처분인데요.

 

대한민국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에게 가해지는 최고 수위 징계로 해당 사유 중에는 대통령 등 고위공무원이 헌법을 위반하거나 재임기간 중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당연퇴직, 탄핵, 징계파면은 절차의 차이일 뿐 결과는 같으나 행정소송으로 일정 부분 구제가 가능한 처분은 징계파면뿐이죠.

 

다만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근거해 임기 만료 전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경호·경비와 관련된 예우는 그대로 이어갑니다. 본인이 거부하지 않으면 10년간 대통령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5년 연장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후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로 경호업무가 넘어간답니다.

 

당연하게도 윤석열 씨는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누릴 수 있던 모든 예우를 박탈당한 상황이죠. 재임 당시 대통령 연봉 95%에 달하는 연금 지급, 대통령 기념사업과 비서관(3명)·운전기사(1명), 통·통신·사무실 지원, 국립현충원 안장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국·공립 병원 무료 진료, 기차 무료 이용, 화장터 전국 공통 면제 등도 소멸 대상이고요.

 

이렇듯 엄중하게 내려지는 파면의 효력을 없앨 수 있는 경우는 위에 살짝 언급한 징계파면 밖에 없다는 거 기억하시죠? 우리가 기억하는 인물 중 파면에서 벗어난 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7월7일, 교육부 정책기획관 신분으로 신문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는 미친 말을 내뱉은 고위 공무원 나향욱입니다.

 

특히나 이 말은 동년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고치던 1997년생 외주업체 직원이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얘기하던 중 '자식이 사고당한 것처럼 가슴 아프다는 건 위선'이라며 꺼낸 거였고요.

 

거의 전 국민을 공분으로 뭉치게 하는 성과 덕에 발언 이틀 만에 대기발령, 닷새 만에 교육부 파면 처분 요구에 이어 같은 달 19일 파면에 이르렀죠. 그러나 여기 불복해 소송으로 맞섰고 2017년 1심과 이듬해 2심 승소 이후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해 파면이 취소됐습니다.

 

2019년에는 이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죠, 복직 후 3급 중앙교육연수원 연수지원협력부장으로 강등되자 2020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강등 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또 패소했고요. 현재는 국립국제교육원 기획조정부장으로 전보 조치된 2021년부터 이동 없이 부서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슈에디코 전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