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복고(레트로) 문화 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여러 분야의 복고 콘셉트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레트로 문화 유행 기저에는 '향수'가 깔려있는데요. 트렌드모니터 측도 "복고 문화 배경에는 행복했던 과거시절이 주는 안정감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며 "복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길어진 경기 불황도 레트로 문화를 불러일으킨 이유 중 하나인데요. 경제 호황이었던 당시의 유행하던 스타일과 제품, 노래, 식품 등을 찾으며 현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피하는 경향을 '노스탤지어(Nostalgia)' 효과라고도 합니다. 그리스어로 '귀향'을 뜻하는 '노스토스(nostos)'와 '고통'을 의미하는 '알고스(algos)'가 합쳐진 단어로 사회적 불안, 경제 위기, 팬데믹 등 불확실성이 커질 때 노스탤지어가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죠.
최근 복고 열풍은 2030대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익숙한 디지털 문화와 다른 아날로그 감성이 번거롭다고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재미'와 '새로움'으로 다가온 것인데요. 때문인지 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시태그에 #Y2K(Year 2000)와 #영트로(Young-tro) #뉴트로(New-tro)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이에 식품업계 역시 과거 히트작을 다시 소환하며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동시 공략에 나섰습니다. hy는 지난 21일 자사 인스타그램에 '슈퍼100'의 귀환을 예고했는데요. 이는 지난 1988년 hy가 출시한 떠먹는 요구르트로 출시하자마자 히트 제품으로 자리 잡으며 2020년까지 누적 45억 개가 팔린 상품인데요. 추억과 향수를 과거 히트작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복원했다는 게 hy의 설명입니다.
농심도 최근 개그맨 고(故) 이주일 씨가 나오는 지난 1983년 감자칩 스낵 '크레오파트라' 광고를 재공개했는데요. 이 제품은 MZ세대 술자리에서 "안녕 크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 가는 포테이토칩"이란 게임을 즐겨한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2월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됐습니다. 기존 제품에 올리브향을 더해 풍미를 살렸고요.
또 이 회사는 지난 1월 기업 사명을 바꾸는 계기가 될 만큼 사랑을 받았던 '농심라면'을 40년 만에 재출시했습니다. 롯데 故 신격호 회장 동생인 농심 故 신춘호 회장은 지난 1965년 일본롯데 무역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롯데공업을 설립했는데요. 이후 농심라면을 제작해 처음으로 '농민의 마음'이라는 의미의 농심 브랜드 사용했습니다.
올해 나온 농심라면은 농심 연구&개발(R&D) 부서가 보유하고 있던 1975년 출시 당시 레시피를 기반으로 맛과 품질을 최근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는데요. 상품 패키지에는 출시 당시 광고에서 사용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카피를 넣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서울우유는 올해 초 1993년 출시된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단종된 지 13년 만에 다시 내놨는데요. 재출시 이후 추억을 자극하며 인기 제품으로 부상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 출시 50주년을 맞아 과거의 추억을 담은 레트로 패키지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는데요. 1975년 첫 출시 당시의 디자인을 비롯해 1987년과 2002년의 패키지를 재현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기 제품 재출시는 추억을 환기하고 젊은 층 유입에 효과적"이라며 "신제품 개발에 따른 리스크와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