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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집중탐구] 인재(人災)로 깔아버린 대지지뢰 '싱크홀'

싱크홀(Sink hole).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돼 생긴 움푹 패인 깔대기 모양 혹은 원통 모양 웅덩이. 주로 자연적 현상을 가리키나 도심에서 인공적인 사고로 발생하는 지반 침하 현상을 포함.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오랜 시간 지하수에 용해돼 동공(洞空)이 생겼다가 동공 내 채워져 있던 지하수가 빠지는 경우와 화산재 지반에서 균열부로 빗물이 침투하면서 일시에 지반이 세굴되는 경우 생김. 인위적 싱크홀은 지하수위가 높은 토사지반에서 터널 등을 굴착하는 등 지반함몰이 발생했을 때 나타남. - 두산백과· 지형 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 인용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장. (출처 : YTN뉴스 캡처)


[IE 생활정보] 일촉즉발.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 31일 새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대형 싱크홀 발생.

이 사고로 아파트 2개동 주민 200여명 대피. 다행히 차량 4대가 견인되고 정신적 충격을 호소한 2명이 병원에 이송된 것 외에 큰 부상자는 없다고.

우리에게 싱크홀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2014년. 서울 잠실 석촌지하차도 등지에서 연쇄적으로 도로가 함몰. (당시 싱크홀이 아니라 도로 함몰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싱크홀이라는 용어에 인위적인 발생도 포함된 만큼 이 글에서는 모두 싱크홀로 표기)

이후 2015년 용산구 한강로 3가 보도블록이 함몰돼 2명 부상. 작년 고양시 일산동구 도로 균열, 부산 동래구 대형 싱크홀 등 싱크홀 사고가 꾸준히 나타나는 중. 지난해 국토교통부(국토부) 조사 결과 전국의 싱크홀 발생건수는 2014년 858건에서 2015년 1036건, 2016년 1039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

특히 싱크홀은 폭우의 영향을 크게 받아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여름철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음. 국토부 자료를 보면 싱크홀 발생은 여름에 1629건(40.1%)로 가장 많았고 봄(1136건, 28%), 가을(918건, 22.6%), 겨울(379건, 9.3%) 순. 이번 가산동 싱크홀 사건의 경우도 최근 내린 강한 비에 지반이 약해져 땅이 내려앉은 것으로 추측 중.

자연적인 싱크홀의 경우 지반이 약한 석회암 지대가 대부분. 우리나라는 강원도 삼척이나 영월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지반이 안정적인 화강암이나 편마암 지질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싱크홀이 발생하기 어려움. 즉 최근 싱크홀의 대다수가 인재(人災)임을 의미.

국내 싱크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하수관 노후화가 꼽힘. 서울의 하수관은 대부분 1970년부터 1980년대에 지어져 벌써 중년의 나이. 오래되고 손상된 하수관에서 물이 새 흙속에서 물길을 형성하고 여기서 생긴 동공이 확대돼 지반이 약해지며 싱크홀이 발생한다는 것.


현재까지 알려진 인공 싱크홀 발생 전 징후


1. 건축물의 기초 벽체에 금이 생김.

2. 창문이나 방문틀 모서리 부분에 금이 생김.

3. 건물 바닥이나 건물 진입로 바닥에 금이 생기거나 바닥의 수평이 어긋남.

4. 바닥이 움푹 들어간 곳이 생김.

5. 건축물 기초구조물 부분에 이슬이 맺히거나 젖어있는 공간 발생.

6. 천장이나 지붕에 누수가 생김.

7. 벽면의 못 등이 튀어나옴.

8. 창문이나 방문이 삐걱거리고 잘 열고 닫히지 않음.

(출처 : ‘Sinkholes in Florida : Causes, Prevention and Demage Repair’, Patch(2013.3.16))


해외에서 발생하는 대형 싱크홀은 석회암 지대에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경우가 많음. 특히 미국 플로리다는 지반 대부분이 석회암으로 이뤄진데다 딸기 경작지에서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끌어다 써 지반이 불안정해 싱크홀이 많다고.

그렇다고 해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이 모두 자연적인 것은 아님. 지난 2013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하수 처리관과 빗물 배수관이 파손되면서 흘러나온 물로 도로 지하에 문제가 생겨 3m의 싱크홀이 생겼고 같은 해 시카고 한 주택가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3대가 추락. 2016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길이 200m에 달하는 거대 싱크홀이 발생해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편 인재 탓에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된 싱크홀은 아름다운 경관 덕에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함. 

그레이트 블루홀. (출처 : 구글 이미지 캡처)


대표적인 곳이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에 위치한 그레이트 블루홀(Great blue hole). 빙하시대 석회암으로 구성됐던 육지에 싱크홀이 생겼다가 해수면이 상승해 바닷속에 잠겨 형성됐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스쿠버다이버들의 로망으로 손꼽히는 관광지라고.

최근 방송에서 소개된 오만의 비마싱크홀이나 멕시코의 제비동굴, 베네수엘라의 사리사리나마 싱크홀 등도 자연이 만들어낸 싱크홀 관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