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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 된 사교장?' 대신증권 노조, 인터넷 카페 참극

 

오후 12~1시 사이는 카페가 한창 붐비는 시간인데요. 점심 후 쌉쌀 또는 달콤한 커피 한 잔은 제게 있어 필수입니다. 

 

영국에서는 17~18세기 런던을 중심으로 3000여 개의 카페가 생겨 많은 이들의 사교장 구실을 톡톡히 했다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문학인들이 커피 한 잔하며 치열하게 토론을 나눴죠. 1956년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이청준, 전혜린, 천상병 등 여러 문인들이 찾았던 곳입니다.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비슷한 관심사에 토론하는 사이버 공간도 카페라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현재 여러 사이트에는 수천, 수만 개의 카페가 개설됐고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이래저래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죠. 

 

그런데 이런 인터넷 카페 관리를 소홀했다는 이유로 6개월 정직을 당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신증권 전 노조 지부장인 이남현 씨의 이야기입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 지부는 2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직 노동자에 대한 징계 처분은 사측의 보복행위'라고 주장했는데요. 

 

대신증권은 24일 이남현 전 지부장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확정했습니다. 이 전 지부장은 지난 2015년 10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 15개의 이유로 해고당했는데요. 38개월이 지난 올해 1월 대법원에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 복직했습니다. 

 

그러나 복직한 지 9개월 후 해고했던 이유 15개 중 하나의 사유인 '인터넷 지부 카페' 관리 소홀을 언급하며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는데요. 카페에 다른 직원들이 올린 임직원들의 욕설이나 모욕, 루머 등을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노조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해고' 다음으로 버금가는 중징계라고 날을 세웁니다. 


대신증권지부 오병화 지부장은 "전 지부장은 인터넷 카페 관리 소홀이라는 이유로 가혹하고 6개월 정직을 받았고 이는 해고 직전에 가장 잔인하고 가혹한 징계"라며 "우리 대신증권지부는 모든 것을 걸고 조합원과 직원의 노동조건 개선, 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이남현 전 지부장은 "해고 38개월 만에 복직해서 올해부터 4월31일까지 평촌지점에서 근무했으며 5월1일부터 노동조합에서 노조전임업무를 하고 있다"며 "한 사람에게 정직 6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려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는데요. 

 

올 7월 대신증권지부는 '대신증권 직장 내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지난달 29일엔 작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주52시간 도입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과 같은 내용을 사측과 합의했는데,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이달 4일 이 전 지부장에 대해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으니 보복 징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법원이 이 전 지부장이 잘못한 것이 아예 없다는 판결을 한 게 아니라 면직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바라본 것"이라며 "법원이 인터넷 카페 관리 소홀은 맞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후속조치였다"고 응대했습니다. 

 

이어 "모욕이나 루머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입은 임직원들이 있었기에 사측 규정에 따라 징계를 결정했다"며 "임단협이 수 개월간 이어졌는데 논의 중간에 이 전 지부장 징계 논의를 하기에는 껄끄럽고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달 징계가 통보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전 지부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는데요. 그는 "법원에서도 사무금융노조 관리 규약에 따르면 글을 독단적으로 내릴 수 없음을 일관되게 인정했다"며 "그랬음에도 지나친 욕설이나 비방은 삭제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전 지부장은 징계에 대한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역설했습니다. 전화를 통해 인사위원회가 개최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공식문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노조의 항의 후에야 인사위원회 개최가 이달 24일로 미뤄졌다는 공문과 함께 공식문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신증권 측은 "지난 2015년 때 정직 3개월을 받고 나서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당시 절차를 다 밟았던 상태고 이번 정직 때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소명기회를 줬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 대립이 팽팽한데요. 이 전 지부장과 대신증권 노조, 사무금융노조는 노사 관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이어룡 회장이라며 최고 수장까지 겨냥한 것은 물론 대표의 사퇴도 외쳤습니다. 이에 맞서 대신증권은 절차대로 오늘이나 내일 중 징계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