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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사이 망친 돈놀이, 라임자산운용 발목 잡은 '메자닌'은?

국내 6개 대형 증권사가 건전한 기업의 메자닌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17일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금투협과 대형 증권사 사장단은 전날인 16일 회의를 개최해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에 일조하고자 메자닌과 같은 투자 예산을 신설, 확대하기로 결의했는데요.

 

최근 국내 헤지펀드 규모 1위 라임자산운용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사태에 따른 대규모 손실 사태를 일으키자 사모펀드가 위축되고 중소기업의 메자닌 발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에 대응하려는 조치인 것입니다. 

 

이날 회의에서 사장단은 저유동성 자산인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 시장 위축과 함께 만기 도래 등에 따른 발행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증가하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기업의 유동성 확보방안이 시급하다고도 진단했고요.

 

이번 결의에 참여한 증권사는 프라임브로커업무(PBS)를 수행하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여섯 곳인데요. 증권사별로 최대 1000억 원, 업계 합산 6000억 원까지 투자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투자 대상 및 방식은 건전한 코스닥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CB 등 메자닌 자산의 신규 및 차환 물량을 심사를 거쳐 시장가로 매입하는 형태인데 금투협 관계자는 "종투사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책임감 있는 결단으로 건전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원활화와 자본시장의 신뢰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네요.

 

그렇다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함께 매번 등장하는 메자닌, 정확히 어떤 상품일까요?

 

메자닌(Mezzanine)은 이탈리아어로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뜻하는데요. 자본시장에서는 주가 등락에 의한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과 안정적으로 이사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의 중간에 있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는 메자닌 투자에 속하는데요. CB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상품입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경우 가지고 있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네요.

 

BW는 채권발행 기업의 주식을 약속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채권입니다. 투자자가 채권을 살 때 정해놓은 기준 가격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사서 차익을 남기면 되고요.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권리를 포기하고 채권만 가지면 되는 것이죠.

 

CB와 BW의 차이점은 CB의 경우 가진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 BW는 채권은 그대로 두고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권리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메자닌은 투자자에게 여러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금리가 일반 채권에 비해 낮은데요. 기업 입장은 낮은 금리로 투자금을 받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자 외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메자닌 투자는 라임자산운용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습니다. 급성장을 이루게 해줬지만 결국 이 회사의 발목을 잡았죠.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한 모(母) 펀드 4개 가운데 메자닌에 투자하는 상품은 테티스 2호(이하 테티스)였습니다. 테티스 2호의 지난 12일 기준 평가액은 1655억 원인데요. 작년 12월 말 평가액은 2963억 원이었던 이 펀드의 손실률은 44%에 달합니다.

 

모 펀드는 또 무슨 얘기냐고요? 운용사가 설정한 여러 펀드의 재산을 하나의 펀드에 통합해 운용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는 구조의 펀드입니다. 메자닌의 만기는 통상적으로 3년, 조기상환 가능 시점은 1년~1년6개월이어서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라임자산운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 펀드를 만든 거죠.

 

이 회사는 메자닌 외에도 사모사채(기업이 기관투자가나 특정 개인에 대해 개별 접촉을 통해 매각하는 채권)와 같은 비유동성 펀드를 모 펀드로 설정했습니다.  모 펀드에 속한 자(子) 펀드는 언제든지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상품인데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연기하는 4개 모 펀드에 속한 자 펀드는 173개라네요. 

 

그러나 이런 구조에서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일어난 만큼 금융당국은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를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설정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의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설정됐음에도 비유동성 자산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도 존재했다"며 "자사펀드 편입 등을 통한 복잡한 복층‧순환 투자구조로 인해 펀드 간 위험 전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