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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0조 담보대출' 결단…금융투자업계 "한숨 돌렸다"


[IE 금융] 한국은행(한은)이 내놓은 금융안정 특별 대출제도가 증권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등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6일 임시회의를 개최해 금융안정 특별 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일반 기업,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부담 가능성에 대해 안전장치(Safety Net)을 마련한 것이다. 

 

대상 기관은 국내 은행 16곳과 외국 은행지점 23곳, 증권사 15곳, 보험사 6곳 및 한국증권금융이며 이들은 해당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 회사채(일반기업 발행 신용등급 AA-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에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3개월간 10조 원 규모로 운용되는 회사채 담보 특별대출은 내달 4일부터 시행되며 대출금리는 통화안정증권(182일물) 금리에 0.85%포인트 가산한다.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특별대출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은은 증권사와 종금사에 직접대출을 하는 행태가 아닌 한국증권금융(2조 원)과 신용관리기금(1조 원)을 통해 자금을 간접지원하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특별대출이 유동성 우려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담보가 우량 등급 회사로 한정됐기에 즉각적인 실효성을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정책 시행을 통해 증권사 대출 경로가 늘면서 단기 유동성의 안전판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자금 경색 우려에 기업어음(CP) 발행금액을 늘리고 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증권사들의 CP 발행금액은 6조3040원으로 전월 1조8800억 원보다 약 253% 급증했다.

 

또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가 특정 시기에 사전에 약속한 범위가 있을 때 수익을 주는 파생상품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하락하자 해외거래소에서 대규모 증거금 추가 납입 요구(마진콜)가 발생했다. 이에 올 1분기 ELS 발행 규모는 20조9635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8.8% 감소했다. 

 

여기 더해 이달에 약 7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의 자산윤동화기업어음(ABCP) 만기가 다가오면서 유동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CP 및 ABCP 차환 발행 부담이 있던 증권사의 자금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신용등급 A1 증권사 CP 6개월은 1.81%로 거래되고 있어 조달금리가 30bp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 김현기 연구원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공적 역할을 하는 한국증권금융(2조 원)과 신용관리기금(1조 원)을 통해 간접 대출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으로 민간기업에 대한 한은의 직접 대출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증권업계는 최악의 국면은 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조치들로 한국은행이 민간기업 발행 회사채를 담보 삼아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금융기관의 자금 수요에 따라 즉시 대출해 줌으로써 금융기관의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은 "경색 우려가 있었던 증권사들의 단기자금 대응력이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나 PF 및 ABCP 매입 약정이나 확약물에 대한 우려는 감소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슈에디코 김수경 기자/